“EU와 ‘안전장치’ 변화 논의···26일까지 합의 없으면 다음 날 향후 계획 제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합의로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할 수 있을지가 이달 말께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 당초 이번 주로 전망됐던 브렉시트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EU 탈퇴법을 제정해 위해 브렉시트 합의안의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해 의회의 통제권 강화했다. 하원은 지난달 15일 열린 첫 승인투표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이후 하원은 지난달 말 브렉시트 합의안 중 의회 통과의 걸림돌이 돼 온 ‘안전장치’(backstop)를 다른 대안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브렉시트 계획 결의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를 포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EU와 재협상을 추진한 뒤 합의에 이르면 최대한 빨리 승인투표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오는 13일까지 제2 승인투표를 열지 못하면,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 다음날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다시 내놓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선 이 날 의회에 출석해 ‘안전장치’에 변화를 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체결한 합의문에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왔다. 영국이 영구히 ‘안전장치’에 갇힐 수 있는 우려도 반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 있는 변화를 위해 EU와 ‘안전장치’를 대안협정으로 바꾸거나, ‘안전장치’에 종료 시한을 두는 방안, 영국에 일방적으로 이를 끝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의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오는 26일까지 EU와 합의를 시도하되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날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의원들이 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대화가 “결정적인 단계”에 있으며, “하원이 지지하고 브렉시트를 제때 단행할 수 있는 변화를 얻어내기 위해 우리 모두 침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은 메이 총리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가 무모하게 시간을 끌면서 하원이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협박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주 추가 승인투표를 준비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이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점점 더 많은 변명과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정부 내 다른 각료들 역시 이러한 메이 총리 옆에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의무를 태만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는 메이 총리가 발언하는 중간에 “거짓말쟁이”(liar)라고 발언했다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으로부터 질책을 들었다. 하원의원은 하원 내에서 다른 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부르는 것이 금지돼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출석에 앞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현재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이 이날 스트라스부르에 합류해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수석 협상가 등과 만난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