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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 ‘아내의 유혹’ 속 역대급 악역 신애리로 인생 캐릭터를 쓰며 조명 받았던 김서형은 9년 만에 만난 ‘SKY 캐슬’ 속 김주영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 인생작을 경신했다.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큰 화제성과 시청자들의 사랑 역시 김서형의 몫이었다.
9년 새 두 번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김서형은 “대중들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며 과거에 비해 한층 더 뜨거워 진 현재의 인기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캐슬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악’의 밀도가 달라진 것 같아요. 그 때도 악역이라고 해서 사랑을 받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이 훨씬 더 시청자분들과 밀도 있게 같이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바짝 올려 묶은 올백머리,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서늘한 얼굴, 절제된 말투까지 완벽한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으로 변신했던 김서형은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쓰앵님’이라는 애칭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서형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주영이라는 인물을 연기 할 당시에는 모든 것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제가 직접 김주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모니터링 하지만 저도 보고 있으면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촬영 할 때도 ‘기빨려’ 라는 말을 달고 살았고, 정아 언니도 ‘김주영만 만나면 기빨린다’라고 하곤 했었죠.(웃음) 방송을 보면 무섭고 숨을 못 쉬겠고, 숨을 고르며 보는 날도 있었고요. 제가 연기했는데도 ‘김서형이 맞나?’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빠져들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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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서형은 과거 ‘아내의 유혹’으로 악역을 맡은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련의 트라우마로 인해 ‘SKY 캐슬’을 처음 제안 받았을 당시 작품을 고사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김주영이라는 인물의 서사가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났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런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현재와 고민하는 데 고충이 있었어요. 김주영의 서사를 모르니 주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도 없었죠. 그래서 김주영을 제의 받았을 당시에도 ‘못하겠다’고 했었어요. 이래저래 마음이 아프고 힘들 것 같았거든요. 저는 저만의 고충을 많이 아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겠다고 했었어요. 그 캐릭터를 답습했을 때 어떻게 나올지, 그런 이미지를 구축해서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어서 트라우마 때문에 못하겠다고 했던 거예요. 작품이 좋아서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하면 제가 후회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때엔 ‘나한테 왜 이러냐’면서 울기도 했었죠. 모두가 모르는 나만의 트라우마 안에서 김주영에 대한 미지수가 있었는데 그걸 내가 찾아가야 했고, 만약 그 끝이 악의 축이었을 때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거든요. 내 안의 트라우마를 꺼냈을 땐 못할 것 같은 거예요. 하지만 선택했을 땐 잘해내리라 싶었어요. 고통의 순간 안에서 김주영이 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있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김주영이라는 인물의 에너지가 저 역시 도전하기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숙명이 김서형을 버려야 하는 거면 배우로서 기꺼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 다시 도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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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에도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했던 김서형은 끝내 자신에 대한 불안을 대중의 호평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김서형은 “아직 그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잘 하려고 한 거니까 그렇게 보여 지고 말씀 해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데, 저는 늘 열심히 했었어요.(웃음) 시청률 1%가 나오든, 5%가 나오든. 어떤 역할을 맡든 열심히 해 왔고,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서 늘 열심히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 지금의 호평이라면 너무 감사해요. 욕 안 먹고 오는 게 어디냐 싶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뜨겁게 재도약한 김서형은 휴식과 함께 차기작을 검토하며 시청자들을 다시 만날 준비를 할 예정이다. “뭐든지 믿고 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김서형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듯 하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저도 궁금해요. 이번 작품에서 김주영 역까지 마치고 나니 ‘김서형이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점이 이번 작품으로 얻은 점 같아요. 예전에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뭘 줘도 김서형은 해낼 수 있다고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 약간 과대 평가가 된 것 같기도 한데.(웃음) 이로서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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