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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도쿄 올림픽이냐 카타르 월드컵이냐, 박항서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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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맞아 일시귀국한 박 감독

지금까지 A팀·U-23팀 감독 겸임

업무 과중해 한쪽에만 전념 검토

“결승 오른 일본, 대표팀 모범사례”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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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안컵에 축구대회에서 베트남을 8강에 올려놓으며 또 한 번의 ‘매직’을 연출한 박항서(50) 감독이 향후 거취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했다. 가급적 베트남축구연맹(VFF)과 계약을 연장해 계속 함께한다는 기본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대신 성인대표팀(A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끄는 기존 시스템을 고쳐 둘 중 한쪽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 중이다. 박 감독과 VFF의 계약은 올해 말 끝난다.

박 감독은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 인터뷰에서 “베트남 A팀과 U-23팀을 한꺼번에 맡다 보니 업무가 과중하고, 준비해야 할 대회가 줄줄이 이어지는 불편이 있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두 팀 중 한쪽만 맡는 방안에 대해 주변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영진 수석코치(56)는 계속 함께하겠지만, 코치진도 일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신드롬’이 거세게 일면서 박 감독의 거취 문제가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축구 팬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베트남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한 직후와 아시안컵 8강 직후 다수의 국내 축구인들이 “베트남 축구는 더는 올라갈 곳이 없다. 박 감독이 (베트남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연출한 거스 히딩크(73·네덜란드)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회 직후 한국민들의 열망을 뒤로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아 ‘영원한 전설’로 남은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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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스즈키컵 우승 직후,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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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 생각은 달랐다. 베트남 축구와 함께 도전할 무대가 아직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준비 과정은 이제껏 걸어온 길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게 박 감독 판단이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에 도전하는 U-23팀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A팀의 운영 주체를 분리해 한쪽에 전념할 수 있다면 더욱 알찬 준비가 가능하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오는 3월 한국과 치르는 A매치 평가전(3월26일)과 도쿄 올림픽 예선(U-22팀 참가) 일정이 정확히 겹친다. 물리적으로 두 팀 모두에 공평하게 힘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박 감독은 “3월에 올림픽 예선, 6월에 카타르 월드컵 예선 일정이 시작된다. 10월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올림픽 못지않게 주목하는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이 열린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 감독은 대표팀 운영의 우수 사례로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일본을 꼽았다. “(베트남과 8강전에서는) 잘 못 하는 것 같았는데, 이란을 상대로는 잘하더라”며 “일본은 해외무대 경험이 많고,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경기를 거듭하며 점점 살아나는 느낌”이라 설명했다. 일본은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치며 이란에 3-0으로 이겼다. 2011년에 이후 8년 만에 결승에 오르며 통산 5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모리야스 하지메(51) 일본 감독은 이번 대회에 앞서 20대 초중반 선수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또 ‘선수비 후역습’의 실리 축구를 도입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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