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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구아스널의 ‘투명인간’ 된 듯 존재감 잃은 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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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사상 최고 주급·이적료

1년 전 에이스…시즌 경기력 저하

감독 눈 밖에 나며 출전 줄어들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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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축구팬이 지난 26일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FA컵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해리 포터가 투명 망토를 쓰고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그가 저격한 대상은 아스널 에이스 메수트 외질(사진).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아스널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외질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1년 전만 해도 외질은 아스널이 잡고 싶어서 안달했던 월드클래스의 플레이메이커였다. 아스널은 그와 2021년 여름까지 계약을 연장하면서 35만파운드(약 5억1000만원)의 주급을 안겨주었다. 아스널 역사상 최고 주급이었다. 아스널은 2013년 외질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할 때도 당시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였던 4250만파운드(약 623억원)를 기꺼이 지불했다. 이적료로 보나 주급으로 보나 외질은 명실상부한 아스널의 에이스였다.

1년은 길다. 축구에서도 어제의 에이스가 오늘의 ‘하얀 코끼리’로 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하얀 코끼리는 신성시되지만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고 실속은 없다. 외질이 아스널의 ‘하얀 코끼리’로 전락한 것은 숫자가 말해준다. 외질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3경기를 치르는 동안 13경기 출장에 그쳤다.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6번뿐이다. 성적도 3골1도움에 키패스 23개가 전부다. 지난해 10월23일 레스터시티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이후 6번의 리그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출전선수 명단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6번이나 된다. 지난해 12월27일 브라이턴전에서 45분을 소화한 뒤 한 달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지난 20일 첼시와의 리그 홈경기에선 몸에 이상이 없었는데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맨유전에서도 1-2로 끌려가던 후반 19분이 돼서야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

우나이 에메리 아스널 감독은 맨유에 1-3으로 완패한 뒤 ‘왜 외질을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발로 내보낼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질이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에메리 감독은 외질 대신 아론 램지나 알렉스 이워비를 더 선호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으로 유벤투스로 이적할 예정인 램지를 리그 20경기에 기용한 데서도 외질에 대한 에메리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에메리는 악착같은 기질, 끝까지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투지와 열정을 원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느린 작업 속도, 수비 가담 부족은 외질을 페라리가 스피드 경쟁을 하고 있는 세상에서 보행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에메리가 질색하는 부분이다.

외질은 빛날 때는 최고지만 그런 날이 드물다. 그렇다고 35만파운드의 주급을 받는 선수에게 투명 망토만 입혀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스널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외질 딜레마’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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