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시안컵 8강 돌풍
"목표의식과 자세 차이있다"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전이 열린 아부다비 축구장을 찾은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 아부다비=박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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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한국 80년대처럼 헝그리 정신이 남아있다."
박항서(60) 감독이 밝힌 베트남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8강 진출 비결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16강에 진출해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비록 지난 24일 8강에서 일본에 0-1로 패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란 평가를 받았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바레인과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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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25일 한국-카타르의 8강전이 열린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찾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밤 아부다비 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기 앞서 조국의 경기를 보러왔다. 하프타임 때 만난 박 감독은 "오늘밤 아부다비 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베트남축구협회가 돈이 없어서 태국을 경유해서 간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17년 11월 베트남을 맡아 아시아 다크호스로 만들었다. 비결에 대해 박 감독은 "축구는 상대적이다. 우리는 목표의식과 자세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베트남 선수들은 강점이 있다. 민첩하다. 정신력으로도 잘못하면 욕먹을 수 있지만 그대로 헝그리 정신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는 부유하지 않아서 그런게 있었잖아. 베트남 애들은 그런게 있다. 베트남이 갖고 있는 정신세계가 있다"고 말했다. 평균 키 1m75㎝인 베트남은 24개 참가국 중 최단신 팀이다. 하지만 베트남 고추처럼 매서운 축구를 펼쳤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응우엔 콩 푸엉이 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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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서 탈락한 다음날 눈을 떴을 때 기분을 묻자 박 감독은 "전날 밤 10~11시쯤 잠이 들었다. 아무생각이 안들더라. 할일이 없잖아"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베트남축구대표팀이 외신의 극찬을 받은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위상은 무슨 위상"이라고 껄껄 웃은 뒤 "지난해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에서 우승했고, 이번 아시안컵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에 혼자 남아있어서 그렇겠지. 잠깐 언론에 주목받은거지. 하루아침에 올라가겠어"라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일본과 아시안컵 8강에서 0대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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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에 대해 박 감독은 "3월에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이 있다. 또 (6월에는) 월드컵 1차예선도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베트남협회와 계약이 1년이 남아있는데, 준비기간을 짧게 줬다. 2주로는 안되고 3주를 달라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도전 이야기를 꺼내자 박 감독은 손사래쳤다. 그러면서 그는 "몇년 후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경우는 없다. 난 어차피 외국사람이다. 누가 오더라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한국에서도 모르는게 있다. 베트남은 몇몇팀을 빼고 유스팀이 아주 열악하다"며 "현재 10세 선수가 10년 후면 20세다. 반면 지금 20대 중반 선수들은 10년 후에 은퇴해야한다. 그 때 내가 살아있겠냐고(웃음). 4년, 8년 후 월드컵을 생각한다면 10세 선수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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