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지난 15일 하원 표결에서 230표 차이로 부결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3가지 핵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자리 걸음
메이 총리는 "첫 번째로 우리는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미래에 EU와 협력관계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다 열리고 포괄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의회가 협상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두 번째로 우리는 노동권과 환경 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보호장치를 추가할 것이다"며 "마지막으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열린 국경을 보장하면서 의회와 EU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외에도 EU가 영국이 기존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실시 기한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따라서 기존 합의안이 부결된 마당에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브렉시트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가 EU와 원만한 합의를 지지해주길 바란다며 브렉시트는 어떻게든 실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를 다시 하자는 주장에 대해 "사회적 화합"을 망칠 수 있기에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영국 여야와 언론들은 메이 총리의 플랜 B 발표에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메이 총리는 지난 15일 표결 당일 기존 합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자 21일까지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 등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내민 3가지 변화가 이미 다 나왔던 이야기라고 평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15일 표결 결과를 여전히 부정하고 있으며 그가 말한 초당적인 논의가 사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보수당의 사라 월라스턴 하원 의원은 트위터에 "마치 지난 15일 표결이 없었던 일 같다"며 "플랜 B가 플랜 A다"라고 메이 총리를 비꼬았다.
■극적 타결 가능할까?
EU 관세 동맹 잔류를 원하는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의 플랜 B 발표 직후 제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반대로 보수당 내에서 EU와 완전한 결별을 요구했던 강경파 지도자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의원은 21일 CNN을 통해 지금 가장 유력한 미래는 노딜 브렉시트라며 메이 총리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도 이날 아일랜드방송(RTE)를 통해 재협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 15일 영국 의회에서 부결된 기존 합의안이 '안전장치' 문제를 포함해 모든 차원에서 최상의 합의안이라면서 "이제 협상의 초점은 안전장치 조항의 변화보다 '야심적인 미래관계'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했다. 기존 합의안에 포함된 안전장치는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조항으로 영국이 구체적인 무역협상 없이 EU에서 분리될 경우 물리적 국경이 맞닿은 북아일랜드 지역을 임시로 EU 관세 동맹에 포함시켜 혼란을 막자는 내용이다. 리스모그 의원 등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에게 안전장치가 언제 끝나는지 확실한 약속을 달라고 요구하며 안전장치 때문에 영국이 영원히 EU에 종속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폴란드의 야체크 차푸토비츠 외교장관은 21일 기존 EU의 재협상 불가 방침을 무시하고 안전장치 조항에 영국 의회가 원하는 대로 시한을 붙이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만약 아일랜드가 EU에 안전장치에 시한이, 이를테면 5년, 적용되도록 합의안 수정을 요청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푸토비츠 장관은 "이는 아일랜드로서는 무한정의 안전장치에 비교해 불리한 것이 분명하나 '노딜 브렉시트' 보다는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영국과 아일랜드가 국경을 두고 충돌을 벌인다면 아일랜드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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