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축구 '정상' 이어…기적의 새 역사 쓰다
베트남, 승부차기 끝에 아시안컵 8강 진출
후반 터진 동점 골, 그리고 연장전 후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 베트남 언론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의 경기였다"고 흥분했습니다. 2007년 이후에 두 번째로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하면서 "이변이다, 마법이다" 이런 말들이 다시 쏟아지고 있죠. 피파 랭킹 100위, 베트남은 이미 한 달 전 동남아 축구대회에서 10년 만에 우승했고, 당시에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계속 놀라운 결과를 이어가다 보니까 이젠 그 성취가 정말 기적일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평균신장 175cm로, 아시안컵 출전국 가운데 가장 작은 대표팀. 턱걸이로 올라온 16강. 이렇게 과정은 극적이었지만 어제(20일) 요르단전에서 베트남은 점유율은 물론이고 패스와 슛까지 모두 앞섰습니다.
먼저 강나현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고 잠시 후에 박항서 감독을 현지로 연결하겠습니다.
[기자]
전반 9분, 베트남 선수가 파울을 했는데도 항의하다 심판에게 주의를 받은 박항서 감독.
머쓱하게 웃으며 돌아갔지만 베트남은 먼저 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습니다.
그 다음부터 박 감독은 되레 냉정해졌습니다.
후반 초반 그림같은 동점골이 터졌는데도 무덤덤하게 아무 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요르단 선수의 거친 파울에는 격분했습니다.
벤치를 박차고 나와 대기심에게 항의를 쏟아냈습니다.
베트남 선수의 실수가 나오면 아쉬움 속에서 머리도 만지고, 또 웃음도 보였습니다.
후반 막판에는 결정적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상체를 뒤로 젖히며 안타까워한 박 감독.
연장전부터는 선수들에게 더 다가섰습니다.
수시로 선수와 이야기하며 지시를 했습니다.
연장전이 무승부로 치닫자 벤치 한편에 걸터앉아 있기도 하더니 정작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승부차기 직전에는 팔짱을 낀채 태연해졌습니다.
승부차기가 시작되자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의 첫 골이 터지자 짧게 환호했고, 승부차기에서 앞서나가자 웃음도 머금었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뒤에야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박항서/베트남 대표팀 감독 : 전쟁은 시작됐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싸워줄 것을 경기 전에 이야기했습니다.]
아시안컵 8강까지 오른 비결을 묻자 박 감독은 수비적인 축구가 아니라 실리적인 축구를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베트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를 했을 뿐"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강나현, 김영묵, 정철원, 유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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