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호주오픈 1회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 라코스테 |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지난해 로저 페더러와 겨뤘던 정현이 역전승을 통해 무대에 복귀했다!”
정현(25위·한국체대)은 지난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6250만 호주달러·약 503억원) 1회전에서 ‘강서버’ 브래들리 클란(78위·미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다가 3-2(6-7<5-7> 6-7<5-7> 6-3 6-2 6-4)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에 국내 팬은 물론이고 외신들까지도 제 자리로 돌아온 그의 부활을 화려하게 반기는 분위기다. 불과 일주일만에 정현을 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현은 새해들어 출전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개 대회에서 한참 아래 순위의 선수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두 경기 모두 1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앞서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태국에서의 동계훈련 동안 서브를 다듬고 체력을 강화했다고 했는데 그 효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 4강 신화를 쓴 ‘약속의 땅’ 호주에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한 감동 안겨줬다. 숨어있던 훈련효과가 드디어 빛을 발했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는 확실히 날카로움이 배가됐다. 그는 200㎞를 넘나드는 클란의 강서브에 물러서지 않고 서브로 맞섰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움과 정확성이 돋보였다. 이날 정현은 서브 에이스에서는 10-22로 뒤졌지만 첫 번째 서브 득점 성공률에서 80%를 기록하며 71%의 클란을 압도했다. 여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를 괴롭혔고 끈질긴 승부로 클란을 무너뜨렸다. 앞선 2개 대회와 달리 호주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끈적끈적한 투혼이 살아났다. 1,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아깝게 내줬을 땐 제 풀에 지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투지를 발휘해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정현이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4강 신화’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현은 17일 오후 1시 전후로 피에르위그 에르베르(55위·프랑스)와 2회전을 치른다. 일단 정현으로서는 비교적 해볼 만한 상대와 만났다. 2015년 이 대회 예선 1회전에서 에르베르와 처음 만나 2-0(6-4 6-2)으로 이겼고 같은 해 윔블던 본선 1회전에서는 2-3(6-1 2-6 6-3 2-6 8-10)으로 졌다. 5살이 더 많은 에르베르는 정현과 같은 오른손잡이이며 키도 188㎝로 똑같다.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해 50위로 단식 보다는 복식 전문으로 메이저 대회 남자복식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다. 쉽게 볼 상대가 아니지만 지난 4년 동안 정현의 성장세가 더 돋보인다.
1회전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장식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정현은 그동안 가장 문제였던 자신감마저 되찾았다. 그는 “(에르베르는)예전에 상대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날아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약 8500만원의 상금을 확보한 정현은 2회전에서 승리하면 상금이 1억 2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길 경우 3회전에서는 밀로시 라오니치(17위·캐나다)-스탄 바브링카(59위·스위스) 경기의 승자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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