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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브렉시트 합의안 부결]英 "노딜만은 막자"...EU, 탈퇴시한 7월 연장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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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국민투표·조기총선 등

메이 어떤 시나리오 택하든

브렉시트 시한부터 늦춰야

다양한 '플랜 B' 마련 가능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승인투표가 예상대로 큰 표 차이로 부결됨에 따라 영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정국으로 진입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일단 오는 3월 29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EU 탈퇴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U와의 재협상이나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 위한 제2의 국민투표, 조기총선 등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더라도 우선은 브렉시트 시한부터 늦춰야 ‘플랜 B(대안)’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의회 투표 부결로 혼돈에 빠진 영국은 우선 테리사 메이 정부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안 투표를 맞닥뜨려야 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의회 표결 직후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16일 저녁에 표결에 부쳐질 정부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영국은 조기총선 정국에 돌입하게 되지만,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들조차도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면서 메이 총리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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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가 불신임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투표 부결일로부터 3개회일 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B’를 내놓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플랜 B에 EU와의 합의안 재협상 선언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EU와의 수정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합의안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의 수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영국을 EU의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으로, 보수당 내 강경파 등은 이것이 EU에 대한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거부해왔다.

다만 재협상을 위해서는 브렉시트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 영국은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오는 3월 29일 자동으로 EU를 탈퇴하는데, 10주 가량 남은 시간 동안 재협상 후 다시 합의안 표결이라는 절차를 밟기는 촉박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이제 합의안의 작은 변경으로는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워졌다”며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영국 언론들도 영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할 경우 EU가 최소 7월까지 일정을 연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이 설득력 있는 새로운 계획 없이 단순히 더 많은 양보를 원한다면 EU가 기한 연장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또 다른 대안은 제2 국민투표 시행이다. 메이 총리는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국민투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제2의 국민투표 찬성률이 46%로 반대인 28%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다만 이 경우도 브렉시트 시행 연장이 우선돼야 하다. 법률상 국민투표를 하려면 최소 10주 이상의 캠페인 기간이 필요해 물리적으로 3월29일 이전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다. EU 측은 합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장은 “투표 결과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큰 충격파가 영국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당장 새로운 통관절차 등으로 부품 수입이 지연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영국 정치권은 ‘노딜’의 후폭풍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노딜’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날 의회의 승인투표 부결 이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식시장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한때 1% 가량 하락하던 영국 파운드화가 반등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이밖에 메이 총리가 직접 조기총선을 요구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거나, EU 회원국이 아니면서도 EU 단일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노르웨이 모델’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향후 시나리오로 언급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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