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승인투표가 종료된 후 의원들이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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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영국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의회 승인투표에서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역대 최대 표 차로 부결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영국 정계는 물론 유럽 전체가 다시 혼돈에 빠져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테리사 메이 정부가 지난해 11월 EU와 합의한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적선언’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 차로 부결됐다.
200표 차 이상의 부결은 영국 의정 사상 이번이 최초다. 집권 보수당의 반대표만 무려 118표에 달했다. FT는 “메이 내각에서조차 이번 승인투표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면서도 “압도적 패배”라고 평가했다.
의회의 벽에 부딪힌 영국 정부는 당장 16일 불신임투표라는 또 다른 고비를 맞이한다.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할 경우 조기총선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의 집권을 막고자 하는 보수정당의 집결로 불신임 사태까지 초래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안 부결로 유럽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오는 3월29일 밤 11시(브뤼셀 기준 30일 0시) 영국의 EU 탈퇴가 예정돼있지만 의회의 평행선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EU는 재협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FT는 “합의안이 부결되며 일단 브렉시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예상보다 더 큰 표 차로 패배한 메이 총리는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EU와의 힘든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영국은 브렉시트 시기를 일단 연기한 후 재협상, 제2국민투표, 조기총선 등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 부결 직후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불신임투표에서 정부가 의회의 신임을 얻을 경우 보수당 등 각당 지도부와 만나 합의안 승인을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EU와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EU와의 회담은 이르면 17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해야만 한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아무도 노딜(no deal)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이며 유일한 해법이 무엇이냐”라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당초 예상됐던 부결 결과인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하락세를 이어가던 영국 파운드화는 부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이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영국이 관세동맹과 EU를 동시에 탈퇴하는 하드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지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당초보다 다소 완화된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해석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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