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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인터뷰]‘미래이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거장이 꿈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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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새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감독마다 작품을 만드는 목적은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흥행 면에서)다소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미지의 것을 만드는 것에서 승부를 보려는 사람이에요. 그것을 통해 어떤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물하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죠.”

신작 ‘미래의 미라이’로 최근 내한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52)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굳은 심지, 그러나 정감이 넘치는 푸근한 미소와 함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으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신뢰를 얻은 호소다 마무르 감독은 ‘미래의 미라이’로 또 한번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 같은 달 열린 제34회 함부르크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후보 지명, 10월 열린 제51회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 11월 열린 제29회 스톡홀름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그 명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부모는 그 전과 비교해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요.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더 힘들어지진 않을까’ ‘나보다 더 고생하면 어쩌나’ ‘세상이 점점 더 무서워지진 않을까’ 등을 생각하며 걱정은 불어나죠. 그러다 보면 우울해지고요.(웃음) 하지만 제가 바라는 미래는 어른들이 하는 걱정들이 현실이 된 세상이 아닌,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순수한,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로 이런 (어른들의) 걱정을 날려버린 세상이죠. 그런 미래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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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라이` 스틸컷. 우리네 일상이 떠오르는 장면과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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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매번 평범하다고 여긴 일상의 명제들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마치 내 이야기만 같아 깊이 빠져들다 보면 괜스레 애틋하고 코끝이 찡해진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아련하고도 예쁜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그의 신작 ‘미래의 일라이’처럼.

’미래의 일라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쿤이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변화 속에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시공간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의 숨겨진 시간을 보여주고, 그들의 역사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네 살배기 쿤의 성장기.

“누구나 ‘나를 잃는’ 경험을 해요. 그러면 다시 찾고자 안간힘을 내죠.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의문이에요. 살아가면서 평생 찾아야 할 답이고요. 여러 세대 가운데서도 10~20대 젊은이들이 가장 절실하게 그 답을 얻고자 갈망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답을 보다 용기 있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위로하고 싶었어요. 결국 모든 정체성의 근원은, 그 시작은 가족에게 있으니까. 아주 작은 가족, 그 안의 더 작은 한 아이, 그 아이가 마주하는 아주 작지만 큰 변화를 통해 보다 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작품 속 주인공들은 실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가족을 모델로 했다. 주인공 쿤과 미라이 뿐 아니라 쿤과 여동생 미라이의 아빠와 엄마, 전쟁 세대인 증조할아버지 역시 아내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만든 캐릭터란다. “많은 영화에서 전쟁 신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쟁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7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쟁을 겪었거나, 기억하거나, 관련된 세대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가족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만 압축해 최소한으로 담으려고 했고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외가친척이 인물들의 모델이 됐어요. 아이들이 친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저 역시 일찌감치 아내의 가족들을 제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왔고요. 데릴사위나 마찬가지죠.(웃음)”

이런 이유로 영화 속 장면 상당수는 우리네 일상을 빼닮았다. 가족을 바라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도 진하게 녹아있다.

끝으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게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어린이들을 위한, 혹은 마니아들을 위한 하나의 한정된 범위에서 ‘애니메이션’이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그 틀을 깨고 보다 큰 테마로, 보편적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단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뛰어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보다 더 다양한 표현을 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반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면 전세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98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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