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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베트남 통한의 역전패, 몸 던져 비난 막은 박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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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1차전 이라크에 2-3 져

A매치 무패행진 18경기서 멈춰

선수 책임론에 “누구나 하는 실수”

12일 최강 이란과 조별리그 2차전

중앙일보

이라크에 역전패한 직후,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오른쪽)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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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아시아 축구 최강자들이 모인 아시안컵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동남아시아에선 원톱이지만, ‘지역의 우물’ 밖은 생각보다 척박한 세상이었고, 그곳의 경쟁은 치열했다. 첫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지만, 박항서(60)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만큼은 변함없이 빛났다.

베트남은 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축구대회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이라크에 2-3으로 졌다. 두 골씩 주고받는 공방을 펼친 베트남은 후반 종료 직전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 베트남의 목표는 ‘결선 토너먼트 진출(16강 이상)’이다. 목표를 향한 첫 단추인 이라크전에서 베트남은 ‘무승부 이상’을 노렸다. 2-1로 앞서면서 또 한 번 ‘베트남 돌풍’이 몰아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추가실점으로 ‘무승부’도 물거품이 됐다.

무엇보다 A매치 무패행진이 끝난 게 큰 손실이다. 2016년 12월 이후,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년 넘게 지지 않았다. 하지만 18경기(9승9무)에서 무패행진이 멈췄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에게도 첫 A매치 패배다.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평균 연령 23.7세의 젊은 선수들로 채웠다. 이번 대회 24개 참가국 중 가장 젊은 팀이다. 최고령인 중국(29.3세)과는 6살 가까운 차이다. 베트남은 사실 이번 대회보다 2020 도쿄 여름올림픽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욕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베트남 수비진이 실수를 연발했다. 불필요하게 볼을 끌었고(전반 35분 첫 실점 장면), 수비수끼리 우왕좌왕했고(후반 15분 두 번째 실점), 부적절한 장소에서 불필요한 파울(후반 45분 세 번째 실점)을 저질렀다. 세 번의 실수가 모두 치명적이었다.

2년여 만의 패배는 팀 분위기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을 박항서 감독이 다잡았다. 경기에 지고 낙담한 선수를 자식처럼 챙기는 ‘파파 리더십’으로 감싸 안았다. 경기 후 베트남 취재진이 공격수 응우옌 꽝 하이와 결승골 빌미를 제공한 응우옌 퐁 홍두이에게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박 감독이 나서 “꽝 하이는 전술적으로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조만간 골 소식도 전해줄 거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또 “퐁 홍두이의 반칙은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다.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항서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베트남 방송사 BLV의 해설자 쯔엉 안 은고그가 “이라크전 패배 책임은 박항서 감독에게 있다. 경기 운영이 소극적이었고, 선수 교체 타이밍과 순서가 엉망이었다. 지략 대결에서 이라크 감독에게 완패했다”고 비판했지만,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박 감독은 대신 “역전을 허용한 건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뛰어나고 수준 높은 이라크를 상대로 ‘베트남 정신’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라운드 위에서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아시안컵을 경험한 적이 없는 지도자’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박항서 감독은 “코치로 1994 미국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을 경험했다”고 일축했다. 베트남은 12일 이란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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