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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엑's PICK] 신효범 "요즘 음악 진검승부 불가능, 90년대 그리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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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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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데뷔 32년차 가수 신효범은 트레이드마크인 폭발적인 가창력은 물론, 화끈한 입담과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실제로 만난 그는 TV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더 세심하고, 속정이 깊은 면모가 느껴졌다. 한 세대를 풍미한 가수 이전에 인간적인 사람이다.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전문직 여성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각기 다른 중년 여성 4인방이 주인공인데, 신효범은 성공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인물로 분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갱년기를 힘들게 겪었어요. 주변에 사람도 없고 오롯이 혼자 버텼는데 의지가 강하니 버텼지, 가족이 있으면 혼자 두면 안 되는 병이에요. 달라진 내 모습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미운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 힘을 기울여야 해요. 저는 여러 가지가 겹쳐 몸이 아팠어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죠. 그때는 갱년기인지 몰랐어요. 왜 이렇게 아프고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미가 없지 했는데 몇 년 지나고 아, 갱년기구나 알았죠. '메노포즈'는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비슷한 또래이고 할 얘기도 많을 것 같고 내가 겪은 이야기가 녹아있을 테니 먼 세계는 아니지 않나 해 (섭외를) 오케이 했어요. 재밌겠다 싶었죠.”

웃음이 끊이지 않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춰 시종 유쾌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삶을 놓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갱년기를 겪었다.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지나온 부분을 다시 보게 되고, 겸손해지고 겸허해졌다. 가수로서의 초심과도 다르지 않다. 외부의 시선은 껍데기라는 걸 느꼈단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던지니 할 것이 많아졌어요. 잘 산 것에 자부심도 있고 겸손해지고 내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게 돼요. 두려움이 상쾌하게 정리됐어요. 무대에서도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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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범은 1988년 제2회 MBC 신인가요제 금상 이후 이듬해 1집 앨범 '사랑을 누가'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난 널 사랑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2014년에는 싱글 앨범 '시간이 됐다면'을 발매했다. 올해 앨범을 낼 계획이 없느냐 물으니 "맨 땅에 헤딩"이라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요즘 음악시장은) 꺼냈는데 맛이 없으면 버리는 자판기 커피처럼 소모적이잖아요. 찾아 먹는 재미가 없어요. 곡이 가슴에 들어갈 시간이 없고요.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개념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좋은 사운드를 찾아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은 컴퓨터, 휴대폰으로 듣잖아요. 좋은 사운드가 상관없어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앨범을 내기는 어려워요. 소비가 이뤄져야 창작도 되는 건데? 맨땅에 헤딩이지."

90년대와 달리 요즘의 음악 시장은 완성도 있는 앨범으로 진검승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보다는 감성, 감정이 상실된 기계 같은 음악이 주를 이룬다. 신효범은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재미가 없어졌다"고 솔직하게 바라봤다.

"옛날처럼 진검승부가 없어요. 진정한 칼잡이를 만나면 무대에서 되게 재밌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날은 없으면서 겉만 화려하기만 한칼을 들고나와 칼싸움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차근차근 온 실력 있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가수들은 너무 멋지고 나도 그런 동생들에게 배우기도 하니까. ‘복면가왕’도 그런 친구들과 노래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출연한 거거든요. 그런 이들과는 구분해야 할 것 같아요. 나뭇가지 하나 못 자르는 칼인데 잘리는 것처럼 보이려 겉만 번쩍하게 세팅하는데 어떻게 진검승부가 가능할까 해요. 감각적이고 멋있는 건 인정하지만 지나온 세대가 무시돼선 안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것 또한 내가 아니라 대중이 판단할 일이에요. 대중이 오케이하면 되는 거예요. 나는 재미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고요.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내 삶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신효범은 인생에서 노래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천상 가수다운 답이다.

"몇 명이 앉아있든 보람은 늘 있어요. 사람이 많아야 대중이고 10명밖에 안 되면 대중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누가 무대에 서도 관심 없는 관객도 있는데 그래도 상처받지 않아요. 처음에는 상처받았는데 늘 존중받을 수는 없죠. 단 몇 명이 있어도 무대가 보람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내 삶에서 이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노래하는 게 좋아요. 소중하고 재밌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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