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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연재] OSEN '오!쎈 테마'

[오!쎈 테마] 버두치 리스트와 영건들의 악령, 올해는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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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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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박세웅(롯데), 장현식(NC), 임기영(KIA), 최원태(넥센)’

이들은 지난 2017년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투수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KBO리그 무대를 패기로 물들게 만들 주인공들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감을 높인 영건이었던 동시에 ‘버두치 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들이었다. ‘버두치 리스트’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주장한 이론으로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이 이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던졌을 경우 이듬해 부상이나 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론의 요지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적중률이 꽤 높았던 이 이론을 KBO리그 영건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함덕주(두산), 임찬규(LG) 등 이겨낸 투수들도 있지만, 다른 대상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더욱 뇌리에 깊게 박혔다.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으로 전반기 막판에서야 복귀했다. 그러나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난해 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장현식 역시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며 2017시즌의 강력한 모습을 선보이지 못했고, 임기영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시작이 늦었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원태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팔꿈치 통증이 원인이었다.

지난해에도 영건의 수식어를 꿰차면서 등장했지만 ‘버두치 리스트’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영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두산 이영하(22)는 대표적으로 이닝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이영하는 2017년 퓨처스리그 18⅔이닝, 1군 35⅔이닝으로 총 54⅓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퓨처스리그 3⅓이닝, 그리고 1군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122⅔이닝을 던졌다(10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8). 68⅓이닝이나 증가했다. 버두치 리스트 기준인 30이닝의 두 배 이상의 이닝 증가 폭이다.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한화 김민우(24)도 2017년에 비해 이닝 수가 급격히 늘었다. 2015년 70이닝을 던졌지만 이후 어깨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2017년 퓨처스리그 10⅔이닝, 1군 7⅓이닝까지 총 18이닝을 소화한 김민우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22⅔이닝, 1군 99⅓이닝 등 총 122이닝을 던졌다. 무려 104이닝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데뷔 첫 시즌을 보낸 삼성 양창섭(만 20세87⅓이닝), 롯데 윤성빈(만 20세50⅔이닝), 넥센 이승호(만 20세44⅔이닝) 등도 잠재적인 ‘버두치 리스트’ 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 ‘만 25세 이하’와 ‘30이닝’의 범주에 정확하게 들어가진 않지만 다가올 시즌 우려가 생긴 투수들도 있다.

두산 필승조였던 박치국(21)은 2017년 퓨처스리그 26이닝, 1군 32이닝 총 58이닝을 던졌고 올해는 1군에서 67이닝을 소화했다. 이닝 증가 수치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지만, 전반기보다 후반기의 구위가 떨어졌고,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일찌감치 확정된 뒤에는 구위 회복을 위해 장기간 휴식을 취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가올 시즌에 대한 우려를 피하긴 힘들다.

SK 김태훈(29)은 지난해 94이닝을 소화했다. 이전 시즌 1군 41⅓이닝, 퓨처스리그 36이닝 등 77이닝을 던졌다. 이닝 증가 폭이 30이닝이 채 되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멀티 이닝 소화 경기가 많았고, 등판 간격도 촘촘했기 때문. 롯데 구승민(28) 역시 2017년 퓨처스리그 상무에서 35⅔이닝을 소화했지만, 지난해 1군 첫 풀타임 시즌에 72⅔이닝을 책임졌다. 이닝 증가 폭은 30이닝을 상회한다. 역시 시즌 막판 잦은 등판으로 인해 우려가 커졌다.

‘버두치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와 이닝 증가 폭으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필승조 역할을 맡은 투수들이었다. 접전의 긴박한 상황, 즉 위험도가 높은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등판했기에 팔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리그 영건 자체가 기근인 현실에서 모처럼 등장한 20대 투수들까지 범주를 확장시켜 ’버두치 리스트’ 이론에 대입해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이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다고 한다면 분명 이전 시즌의 급격한 이닝 증가를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할 수는 있다.

‘버두치 리스트’가 절대적인 이론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들로도 확인 했다. 과연 올해는 영건들에게 닥쳐올 악령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이영하-김민우-양창섭-구승민-김태훈-박치국(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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