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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메이웨더의 "EASY"와 복싱팬들의 "UN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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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44] 인류의 역사는 어찌 보면 투쟁과 갈등 그리고 싸움의 역사였다. 거친 주변 환경을 극복해야 했고, 다른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과 싸워 이겨야 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었고, 그 치열한 생존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복싱은 가장 유서 깊은 스포츠 중에 하나이다. 주먹을 통해 합법적으로 상대에게 폭력을 가해도 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자 스포츠가 복싱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지만, 4각의 링에서 스포츠로서의 복싱은 이러한 행위가 용납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이 터프하기 그지없는 스포츠에 열광해 왔다.

사람들이 복싱에 열광하는, 아니 열광했던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누군가를 때리고, 제압하는 게 인류의 가장 강력한 생존 본능 중 하나였고, 그 최고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최첨단 현대 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 뇌는 여전히 수천만 년 전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복싱은 야구, 축구, 농구 등 현재의 '대세' 프로스포츠들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에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였다. 캐시어스 클레이(무하마드 알리)가 정점을 찍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챔피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부와 인기 그리고 명예를 얻었다.

그런 복싱이 어느 순간 저물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복싱은 시시하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KO는 가뭄에 콩 나듯이 나왔고, 수비와 기교만 가득해졌다. 가끔씩 등장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파이터들은 국적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유로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아 도태되곤 했다. 프로스포츠가 비즈니스이니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유들이 복싱이 가치를 점점 잃고 있는 데 큰 책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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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700억원의 대전료를 놓고 세기의 대결을 펼친 무패 복서 메이웨더와 파키아오 /사진=연합뉴스


메이웨더는 현존하는 최고의 복서이다. 비록 메인 무대라 할 수 있는 헤비급은 아니지만, 프로데뷔 이래 한 번도 지지 않았고, 복서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타이틀과 영예를 얻었다.

메이웨더는 명성에 걸맞게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복서이다. 아니 복서였다. 화끈하진 않지만, 탁월한 테크닉은 복싱을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경이로웠으며, 그의 화려한 숄더롤은 어떤 이들에게는 예술적 가치를 느끼게까지 해주었다.

메이웨더는 복싱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를 얻었다. 그 부는 그의 온전한 복싱 능력과 탁월한 마케팅 능력이 합쳐져서 일궈낸 것이었다. 과연 기대에 부합하는 최고의 경기력이었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찌 됐든 그는 호야, 알바레스, 파퀴아오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복서들을 꺾으며, 자신이 진정한 최고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부자로 만든 복싱을 배반하는 것도 모자라 복싱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종격투기 선수 들과의 연 이은 '이벤트' 매치들은 사람들의 원초적 흥미와 말초신경을 자극했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부를 축적했지만, 그는 현재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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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왼쪽)가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북부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의 킥복서 나스카와 텐신과의 비공식 복싱 3분 3라운드 대결에서 1라운드에 다운을 뺏어내고 있다.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는 이날 나스카와를 상대로 1라운드에서만 3차례 다운을 빼앗은 끝에 TKO 승을 거뒀다. /사진=도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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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일본의 젊은 킥복서 나스카와와의 경기 직후, 차를 타면서 메이웨더가 뱉은 한마디는 "EASY"였다고 한다. 자신에 비해 경력이 일천하고, 체급도 낮은 선수를, 게다가 복싱선수가 아닌 선수를 복싱 룰로 1라운드에 간단하게 제압했으니 얼마나 쉬웠을까. 그의 기분이 어땠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자신이 쌓아왔던 최고 복서로서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업인 복싱을 그렇게 '쉽게' '더 많이' 몰락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창피해해야 한다. 인간의 욕심, 특히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들이 그 욕심에만 충실하며 살지는 않는다. 인간에게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일, 그리고 명예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웨더를 바라보는 복싱 팬들의 마음은 "UNEASY"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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