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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8월 부임해 9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A매치를 치른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은 전술적으로 견고한 팀이었다. 2019년의 문을 연 1월 1일 새벽 1시(한국시간) 킥오프한 사우디아라비아전은 그동안 벤투호와 달랐다. 공수 연결이 유기적이지 못했고, 마무리 집중력도 흔들렸다. 후반전에는 선수들이 급격히 지쳤다.
사우디전은 2019년 AFC 아시안컵 대비 최종평가전이다. 평가전이라고 하지만 필리핀과 C조 1차전을 일주일 앞두고 치른 경기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따랐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고 자평했다.
◆ 벤투의 장기 계획, 비대칭 스리백 전술 장단점
벤투 감독이 만족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날 처음 스리백을 썼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 부임 후 한국은 4-2-3-1 포메이션 내지, 그에서 변형한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물론 빌드업 미드필더의 위치 이동에 따라 스리백을 형성하는 경우가 경기 중 빈번했으나 센터백 세 명을 배후에 세운 적은 없었다.
사우디전에 벤투호가 꺼낸 카드는 비대칭 스리백이다. 센터백 세 명을 뒤에 두고 풀백을 한 명만 배치했다. 황희찬이 왼쪽 윙백으로 뛰었으나 거의 윙에 가깝게 뛰면서 수비에 가담했다. 이용은 오른쪽 윙백이지만 오버래핑이 제한적이었고, 포백에 가깝게 측면 수비 역할을 했다.
벤투 감독이 비대칭 전술을 쓴 이유는 레프트백으로 선발한 홍철, 김진수가 경미한 발목과 무릎 부상을 입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 모두 부상은 털었지만 본선 개막을 앞두고 무리하게 출전해 부상이 재발할 위험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를 위한 임시방편만은 아니었다. 황의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리백 훈련은 전지훈련 기간에 꾸준히 했고, 선수들도 스리백 전술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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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 우리 스타일과 기본적인 원칙을 유지한 채로 전술의 다양성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술적인 다양성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어서"라며 스리백 실험의 이유를 말했다.
벤투 감독의 목표는 아시안컵이 아니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전술 다양성은 그를 위한 걸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 아시안컵을 위한 복안이다. 아시안컵은 우승까지 7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 안에 한국의 장단점은 고스란히 분석될 것이다. 전술 다양성을 확보해야 경기를 준비하는 상대, 경기를 치르고 있는 중의 상대를 더욱 혼란시킬 수 있다.
비대칭 스리백 전술은 장점이 있다. 이날 사실상 왼쪽 센터백 권경원은 레프트백 자리에서 뛰었다. 오버래핑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빌드업 상황의 선택지를 넓혔다. 한국은 3-4-2-1 포메이션으로 원톱 황의조 뒤에 이청용과 황인범을 배치했다. 빌드업 상황에서 측면에 두 배 수의 선수가 배치되었다가 다시 중앙으로 좁히면서 패스 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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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상황에는 스리백의 양 옆에 배치된 권경원, 김민재가 상대 공격수의 커트인을 차단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과 정우영이 뒤를 내줬을 때도 세 명의 수비수가 있다보니 공간을 메울 여력이 있었다. 이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거침없이 직선 돌파가 가능한 황희찬의 존재다. 힘과 속도를 겸비한 황희찬은 본래 윙어, 스트라이커로 뛰어 왔으나 비대칭 전술의 윙백 자리에서 자신의 강점을 잘 발휘했다.
비대칭 전술에서 이런 성향의 측면 자원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 둘 모두 저돌적으로 올라가면 측면 수비에 문제가 생긴다. 더구나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대개 라인을 뒤로 내리고 배후 공간을 많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벤투호는 비대칭 스리백에서 4명의 미드필더 중 양 옆을 모두 윙백처럼 기용하지 않고 미드필더처럼 운영할 수 있게 선수를 구성했다.
전반전에는 평소 측면 미드필더로 알려진 이청용은 황의조의 옆과 뒤에서 중앙 지향적으로 뛰었다. 황인범도 경기 상황에 따라 오른쪽과 중앙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뛰었다. 후반전에는 이재성과 구자철이 번갈아 왼쪽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왼쪽 윙어를 오갔다. 황희찬이 오른쪽 날개로 이동해 사우디를 다시 혼란스럽게 했다.
공수 전환 상황에 따라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의 숫자가 바뀌고 스위칭 플레이도 활발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과 선수들의 말처럼 실전에서 처음 사용했다. 불운하게도 한국 대표팀 버스 운전기사가 길을 잘 못 들어 킥오프 직전에 경기장에 도착한 한국 선수들은 제대로 워밍업도 못하고 경기에 임해 컨디션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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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밍업 못한 사우디전, 전술적-체력적 문제의 배경
전술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전반전에는 공격이 한쪽으로 치우쳤다. 후반전에는 황희찬이 아예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아예 윙백 없는 스리백 형태의 경기를 했다. 중앙 지역의 역동성이 떨어졌다. 두 상황 모두 상대 역습 공격 상황에서 허점을 낳았고, 전방 공격이 고립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부상자 발생, 새로운 전술, 워밍업 문제 등 크게 세 가지 사건이 벤투호가 100%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100%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아시안컵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레벨인데다, 참가국 상당수가 와일드 카드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에 비해 확연히 경험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해 100%가 아닌 몇몇 경기에도 우승할 수 있었다.
아시안컵은 다르다. 참가국 모두 가능한 정예 전력으로 매 경기 총력을 쏟는다. 한국이 우승후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100%로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격을 당할 수 있다. 제아무리 황의조, 손흥민, 기성용이라도 피지컬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슛이 빗나간다. 수비 라인은 공과 선수를 한 두 번 빠트릴 수 있다. 그러다가 실점하면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그대로 짐을 싸야 한다.
한국은 아시안컵에 참가할 때마다 우승후보였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건재하던 시기에도 우승하지 못했다. 스스로 확신이 없는 채로 경기에 나선다면 승리할 수 없다. 지난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보유한 축구 강국의 조기 탈락이 아시안컵에서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명백한 한 수 아래 팀과 1,2차전을 치르는 것은 다행이다. 중국과 3차전을 치르는 시점에는 피지컬 컨디션과 조직력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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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전을 통해 확인한 것, 아시아 챔피언이 되려면 100%가 되야 한다
하지만 두 번째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7경기를 치르며 무패를 유지한 벤투호의 리스크다. 이날 부진한 경기가 선수들 스스로를 깨웠을 수 있지만, 아직 벤투 감독 체제에서 져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거듭된 무패 행진을 묻자 "그만큼 패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영원히 지지 않을 수 있는 팀은 없다. 언제 질 것인가, 어떻게 질 것인가가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분기점은 말레이시아에 조별리그에서 당한 충격패였다.
선수들에겐 심리적 모멘텀, 전술적 모멘텀이 필요하다. 홍철과 김진수가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풀백 포지션은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불안요소다. 오른쪽의 이용과 김문환은 간극이 아직 크고, 홍철과 김진수는 수비 전환 시 뒤 공간 커버에서 과거 불안을 노출한 경험이 있다.
기성용과 정우영의 중앙 조합도 상대 역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따라 내려오는 수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은 모두 선수비 후속공 자세를 취할 것이다. 사우디전에도 두어 차례 중앙 배후가 뚫리는 상황이 있었으나 상대가 스스로 패스 미스와 콘트롤 미스로 기회를 잃은 장면이 있었다.
본선에서는 한국의 조직력도 개선되겠지만 상대 팀의 집중력도 높아질 수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카잔의 기적 멤버가 조화된 이번 팀은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아예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보다 강한 자세로 카운터어택을 노릴 팀이 많다. 더 견고한 수비가 필요하다. 카잔의 기적을 연출한 한국식 역습 축구는 아시안컵에선 적용할만한 경기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문선민을 뽑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전술 옵션은 실험 중인 상태에서 꺼내선 안된다. 완성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경기해야 한다.
황인범은 경기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훈련과 경기는 달랐다"고 했다. 벤투호는 7경기째 지지 않고 있지만 친선경기와 대회는 다르다. 모든 면에서 100%의 준비가 되어야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 일본, 이란, 호주 등 아시아 축구의 선두를 함께 이끌어온 팀을 모두 사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래의 팀들도, 한국을 만나면 한 번의 역습 기회를 살리고자 칼을 갈고 있다. 카타르나 이라크가 한국의 발목을 잡을 복병이 되는 일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 예선전에서 중국과 카타르에 져본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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