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딥:풀이]① '출발비디오여행' 김경식·최현진PD "25주년 원동력? 의리의 어벤저스팀"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최현진 PD(왼쪽)와 김경식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장아름 기자 =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공기' 같은 프로그램이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처럼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하지만 사라진다면 당장 티가 나게 될. 매주 일요일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며 나른한 오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고, 몇몇 씨네필들은 아직도 이 방송을 꼭 챙겨보며 새로운 영화를 추천받는다.

비디오 산업이 흥하던 지난 1993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매주 대중에게 흥미진진한 신작, 숨은 명작 등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대표 영화 소개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5년 동안 소개한 영화만 1만 편이 넘을 정도다. 비슷한 포맷은 유사 프로그램이 생겼음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은 영화를 맛깔스럽게 소개하는 특유의 매력에 깊이 있는 시각을 더해 대체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대표적인 진행자 김경식은 25년 동안 방송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의리의 '어벤저스' 팀을 꼽았다. 진행, 편집, 더빙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며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것.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꾸준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5년 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매너리즘이 없을 수 없는 데다, 비디오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며 변화를 맞아야 했다. 연출을 맡은 최현진 PD 역시 이 때문에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 팀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너무 익숙해 신선하지 않은 포맷은 고루하지 않은 편집과 트렌디한 음악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코너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디오 산업의 몰락 이후에는 오히려 다루는 영화의 영역을 확장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단순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노포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명품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다.

[N:딥풀이]가 진행되던 날, 김경식과 최현진 PD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도 영화 얘기에 여념 없었다. 매거진에 소개된 영화부터 새로 접한 캐나다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인터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에게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다는 이들의 '딥'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 올해 '출발 비디오여행'이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 (김경식) MBC 내에서도 한 번도 안 쉬고 25년 이상 방송된 건 '출발 비디오여행'이 유일해요. 'PD수첩'이 1990년도에 시작했는데 중간에 쉬었잖아요. '출발 비디오여행'은 한 번도 안 쉬고 25년을 이어온 거죠.

- 시간대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 (최현진) 이전 제목인 '비디오 산책'이었을 때 다른 시간대였다가 '출발 비디오여행'으로 제목이 바뀐 후엔 한 번도 안 바뀌긴 했어요.

▶ (김경식) 이 제목으로는 한번도 안 바뀌었죠. 오히려 타 방송사에서 함께 경쟁하던 프로그램들이 요일을 바꿔서 도망갔어요.(웃음) 원조집은 그대로 있죠.

- 25주년을 맞이한 소감은요.

▶ (최현진) 스물여섯 살에 '출발 비디오여행' 연출을 시작해서 10년째 연출을 맡고 있어요. 여기서 함께 PD였던 아내도 만났고 청춘을 여기서 다 보냈죠. 다른 프로그램에 다녀온 적이 몇 번 있어서 엄밀히 따지면 8년 정도를 연출했는데 앞으로는 뼈를 묻을 생각이에요.(웃음)

▶ (김경식) 다른 데 가봐야 여기가 최고인 걸 알죠.(웃음)

▶ (최현진) 제가 오래 연출할 수 있었던 이유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다른 업무에 비해 적성에 조금 더 맞지 않았나 싶어요.

▶ (김경식) 저는 25주년이라고 해서 솔직히 크게 의미가 다른 건 없어요. 영화 대 영화를 해온 게 벌써 17년이긴 하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어요. 저는 항상 얘기하는 게 '숫자에 민감하지 말자'인데,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늘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출발 비디오여행'이 만들어가는 역사에 내가 일조한다는 것이 기쁠 뿐이죠.

▶ (최현진) 25주년이란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앞으로 더 잘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기도 하죠. 이전 PD들이 다 잘해왔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명성을 유지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죠.

- '출발 비디오여행' 시청률도 평균 5~6%대로 꾸준히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 (김경식) '출발 비디오여행'은 광고가 풀로 차요. 물론 드라마 시간대에 광고가 풀로 찰 때도 있겠지만 '무한도전'이 떠나고 MBC 내에서 광고가 풀로 차는 건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대요. 효자 프로그램이죠.(웃음) 중요한 건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연령층 2049 시청자들이 많이 본다는 점이에요. 단순히 시청률만 좋아서는 안 되고 광고주들도 좋아하는, 영화 소비가 가능한 시청자들이 유입돼야 해요. 그런 점에서 시청률이 5~6%대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25주년 행사 때도 사장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계셨어요. 프로그램 상도 받았고요. MBC에서도 굉장히 애착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프로그램인 거죠.

- 25주년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오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적은 없을까요.

▶ (최현진) 매너리즘이란 게 없을 수가 없죠. 저희는 지금 어느 정도 시청률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청률이란 건 언제 하락하게 될지 몰라요. 그럼에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매너리즘이 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주 새로운 영화 아이템이 있기 때문이에요. 신작 개봉에 따라서 아이템에 여유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했을 때 매주 포맷이 똑같고 게스트만 바뀌는 형식이라면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저희는 그런 포맷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유가 있었어요. 매주 노력하는 부분은 편집이 고루하다거나 음악 초이스가 고루하다거나 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이죠.

▶ (김경식) 저희는 영화계의 어벤저스들이 다 모였어요. 편집을 가장 영악하게 하는 팀이죠. (웃음) 트렌디하게 엑소, 방탄소년단 음악을 쓰는 편집자도 있죠. 코너가 오래되더라도, 매너리즘에 빠질 듯 하다가도 늘 새롭게 보여주려는 작가들도 있어요. 결정적 장면이 대표 코너였던 자타공인 최고의 성우 이철용 성우도 있고요. 다른 데서 더 좋은 제안을 받아도 변심하지 않는 핵심 멤버들이 의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어벤저스 팀이에요.

- SBS '접속무비월드'와 KBS 2TV '영화가 좋다' 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는 점은요.

▶ (김경식) 제작 시스템, 노하우인 것 같아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사람 몇 명이 바뀐다고, 톱스타가 들어온다고 해결되는 프로가 아니잖아요. 이건 예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철저하게 작가와 PD가 검증된 팀워크로 만들기 때문에 '출발 비디오여행'은 누가 들어오고 어떤 작품을 소개하든 여기만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요. 그런 공정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소프트웨어가 들어오든, 이 좋은 하드웨어에 들어오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우리의 비교 상대는 나태함'이라고 말해요.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우리죠!

- JTBC '방구석 1열'의 급부상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 (최현진) 저는 굉장히 좋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도 그런 걸 하고 싶었거든요. 출연자들이 나와서 진득하게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그럼 프로그램이 '접속 무비월드'에도 비슷하게 있었어요. 그때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방구석 1열'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가가기에 보다 폭이 더 깊고, 진득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반면 '출발 비디오여행'은 관심 없는 영화를 관심 갖게 할 수 있는 폭이 넓은 프로그램이죠.

- 비디오시장에서 DVD 시장으로, 이젠 VOD 시장으로 시장이 변화됐는데요, 그에 따라서 '출발 비디오여행'도 변화의 시기가 있었나요?

▶ (최현진) 시장은 변화됐지만 영화를 찾는 사람들은 계속 있었어요. 예전처럼 비디오 대여점이 없어졌다고 해서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고 이젠 집에서 다운로드를 해서 보는 시대인데, 어떻게 보면 확장성이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대여점에 없는 영화도 VOD로 나와서 저희가 소개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지금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창구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시대가 발전할수록 프로그램 만들기엔 편해지는 것 같아요.

- 코너 변화를 고민해본 적은 없었나요.

▶ (최현진) 안주해선 안 되고 앞으로 변화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상파 3사가 비슷한 포맷으로 가고 있는데 창의적으로 경식 선배 말처럼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코너를 개발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죠. '출발 비디오여행'만의 매력이 있어 아무래도 변화 추구가 어렵지만, 예전처럼 영화를 찬양하면서 재미도 줬던 사심방송 코너나 속된 말로 깔깔이 코너라고 하는 코너를 개발해야 할 것 같아요.

<[N딥:풀이]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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