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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N딥:풀이]③ 25주년 '출비' 최현진PD "신작 소개, 영화 마케팅팀 요구 수용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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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최현진 PD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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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장아름 기자 =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공기' 같은 프로그램이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처럼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하지만 사라진다면 당장 티가 나게 될. 매주 일요일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며 나른한 오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고, 몇몇 씨네필들은 아직도 이 방송을 꼭 챙겨보며 새로운 영화를 추천받는다.

비디오 산업이 흥하던 지난 1993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매주 대중에게 흥미진진한 신작, 숨은 명작 등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대표 영화 소개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5년 동안 소개한 영화만 1만 편이 넘을 정도다. 비슷한 포맷은 유사 프로그램이 생겼음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은 영화를 맛깔스럽게 소개하는 특유의 매력에 깊이 있는 시각을 더해 대체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대표적인 진행자 김경식은 25년 동안 방송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의리의 '어벤저스' 팀을 꼽았다. 진행, 편집, 더빙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며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것.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꾸준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5년 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매너리즘이 없을 수 없는 데다, 비디오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며 변화를 맞아야 했다. 연출을 맡은 최현진 PD 역시 이 때문에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 팀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너무 익숙해 신선하지 않은 포맷은 고루하지 않은 편집과 트렌디한 음악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코너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디오 산업의 몰락 이후에는 오히려 다루는 영화의 영역을 확장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단순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노포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명품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다.

[N딥:풀이]가 진행되던 날, 김경식과 최현진 PD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도 영화 얘기에 여념 없었다. 매거진에 소개된 영화부터 새로 접한 캐나다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인터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에게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다는 이들의 '딥'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N딥:풀이]②에 이어>

- 영화를 선정하고 방송하기까지 과정도 궁금해요.

▶ (최현진) 월요일에 회의를 통해 먼저 아이템을 선정해요. 'PMC: 더 벙커'가 온다고 하면 그 영화를 포함해서 나머지 취합된 영화 20~30편을 PD들이 나눠서 봐요. CP와 선정된 영화를 두고 의논한 뒤 화요일과 수요일에 영화 편집을 하고 목요일에 김경식 선배와 녹화, 더빙을 해요. 금요일은 최종 마무리를 짓는 날입니다.

- 신작을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소개하게 되는 기준은요.

▶ (최현진) 저희한테 먼저 영화가 와요. 개봉을 하기 전에 먼저 영화 소스를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고르는 거죠. 선정 기준은 그주의 가장 큰, 화제가 되는 개봉작을 먼저 골라요. 이번엔 'PMC: 더 벙커'가 가장 큰데 그 작품을 먼저 고르고 그 외의 것은 코너 특성에 맞게 고르고 있어요. 기막힌 이야기 코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릴러 장르를 선택하거나 말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영화 위주로 선정하죠. 스릴러만 소개할 수는 없으니까 멜로라든가 코미디라든가 장르를 섞어서 소개하기도 해요. 큰 영화를 중심으로 잡고 장르와 재미를 고려해 선정한다고 보면 됩니다.

▶ (김경식)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먼저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대작, 혹은 톱스타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3세계 작품이나 독립영화, 연기파 배우를 주로 소개하려고 하거든요. 소외된 영화, 홍보가 많이 되지 않은 영화를 소개해서 관심을 받은 적도 많았는데 먼저 다가오지 않을 때 아쉬운 것 같아요. 먼저 다가와주시면 영화 대 영화에서 소개할 수도 있고 코너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언제든 소개할 수 있다고 알리고 싶어요. 저희는 많은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 종합 프로그램이니까 다양성이 중요해요.

- 신작을 마케팅 포인트에 맞춰서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받곤 하나요? 영화 마케팅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소개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지요.

▶ (최현진) 영화 마케팅 팀에서는 저희한테 소스만 전달해주세요. 저희가 보는 관점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지, 마케팅 포인트에 맞추진 않아요. 또 특정 영화사, 특정 제작사의 요청을 받거나 친분으로 영화를 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김경식) 철저하게 제작진이 판단해서, 제작진의 시각으로 만들어가야 해요.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지 않았나 하거든요.

▶ (최현진) 사실 선배님(김경식)의 친동생 분이 영화 쪽 일을 하셨었어요. 영화 연출부에 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선배님 동생 분이 신작들과 관련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됐죠. 가족이 영화에 관련돼 있어도 얘기하지 않아요.

▶ (김경식) 동생이 결국 그래서 영화 일이 안 되고 보험자격증을 따서 보험사가 됐죠.(웃음)

- '출발 비디오여행' 제작진과 진행자는 영화와 관련해선 준전문가들이기도 할 텐데, 영화를 정말 많이 볼 것 같아요.

▶ (최현진) 월요일에는 영화를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많이 봐야지 하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많이 보고 있는 편이에요.

▶ (김경식) 저는 몇 시간 전에, 새벽에 봤어요. '나쁜 피들'이라는 캐나다 영화인데 밤을 새워 봤어요. 몬트리올에 있는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인데 궁금해서 봤죠. (웃음) 평소에는 가족들과 다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있어요.

▶ (최현진) 선배님이 보고 오셔서 제작진에게 추천도 많이 해주시기도 해요.

- 많은 영화 감독들이 '출발 비디오여행' PD를 꿈꾸기도 했어요.

▶ (최현진) 오! 정말인가요?

▶ (김경식) 그런 분들이 많더라고요. 영화 잡지나 인터뷰를 보니까 감독님들 중에도 어렸을 때 '출발 비디오여행'을 보고 자랐던 분들도 있고 PD를 꿈꿨던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 인터뷰를 봤을 때 '이분들이 어렸을 때 방송을 보셨구나'하면서 뿌듯하기도 하죠. 사실 방송은 일회성이긴 하지만 이렇게 한주 한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구나, 쭉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구나 하고 사명감을 갖게 하는 감독들의 인터뷰가 있었어요.

- 시청자들과 함께 한 '출발 비디오여행'의 25주년 행사는 어땠나요.

▶ (최현진) 시청자 분들 200명 가까이 모신 행사였는데 시청자 분들이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모든 출연진 분도 다 와주셔서 생각보다 진행도 잘 되고 깔끔하게 끝났죠.

▶ (김경식) 방탄소년단 콘서트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프로그램인데 그 정도면 정말 많이 오신 거예요.(웃음)

- 행사 당시 기억에 남는 시청자도 있었나요.

▶ (최현진) 영화 대 영화를 따라하는, 대본 읽어보는 코너가 있었어요. 경식 선배가 읽었던 대본을 그대로 따라하는 코너였는데 한 시청자 분이 생각보다 너무 잘 하시는 거예요. 선배는 17년을 하셨는데 이분은 받자마자 잘 하시니까 모두가 놀랐어요. (웃음) 심지어 그분이 가수를 준비하는 분이었는데 발성 자체가 남다르시더라고요.

▶ (김경식) 내가 이러려고 17년을 했나 싶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 이후로 이런 행사는 안 하는 걸로 했죠!

- 앞으로 '출발 비디오여행'의 목표가 있을까요.

▶ (김경식) 외국에는 100년 이상 된 노포가 많아요. 100년된 기업, 가업을 이어가는 집도 많고 이탈리아 장인들은 그걸 명품으로 승화시켰죠. 미국, 일본에는 100년 이상된 기업이 많은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그런데 프로그램 중에서는 그런 역사가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의 '출발 비디오여행'이 잘 유지돼서 이제까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100년 노포 같은 명품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죠.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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