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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메날두와 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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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41] 2018년 발롱도르의 영예는 루카 모드리치에게 돌아갔다. 크로아티아 국적 선수로는 최초다. 모드리치의 올 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세계 최고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담당하며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그뿐만 아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조국인 크로아티아를 이끌며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다. 아쉽게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패했지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 돌풍을 일으킨 팀은 누가 뭐라 해도 크로아티아이며, 그 중심에 모드리치가 있었다.

발롱도르는 그해 세계 최고 축구 선수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자리다. 전 세계 축구 전문 기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각국의 투표권은 1명의 축구 전문 기자만이 갖고 있고, 발롱도르 투표권을 가졌다는 것은 해당 기자에게도 큰 명예이다.

1956년에 시작돼 6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발롱도르는 다른 상들과 마찬가지로 대상과 방식에 있어서 여러 변화를 겪었다. 초창기에는 유럽 태생 선수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비유럽권 선수들로 확대되었다. 이 때문에 펠레와 마라도나 같은 당대 최고 선수들은 그 선수들의 전성기 때에는 받지 못했고 나중에 명예 수상 및 사후(事後) 수상의 형태로 받았다.

2010년에 발롱도르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통합된다. 최고의 권위는 하나로 충분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인위적 결합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두 상의 선정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국 A대표팀 감독과 주장에게 투표권이 있는 올해의 선수상과 각국 축구 전문 기자 1명에게만 투표권이 있는 발롱도르는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고, 그 차이점은 각각 존중받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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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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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제외한 최근 10년간 발롱도르는 신계의 몫이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두 축구 신(神)이 세계 축구를 지배했고, 인간들은 그들에 대한 찬양으로 발롱도르를 선사했다. 둘 중 누구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둘 중 하나가 발롱도르를 가져가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10년간 늘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는 이 두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메시가 5번, 호날두가 6번 차지했다. 2014년에는 두 선수가 공동 1위였다. 그리고 이들의 챔스 정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2017~2018시즌 챔스의 득점 1위는 여전히 호날두이고, 그는 레알 소속으로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메시는 챔스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라리가에서 우승컵을 또 한 번 이끌었다. 둘은 예년과 달라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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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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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발롱도르는 호날두가 2위, 메시는 최후의 3인 포디엄에도 들지 못하며 5위를 기록했다. 지난 십수 년간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은 발롱도르 수상의 공식과도 같았다. 2006~2007시즌 카카 이후에 11년간 발롱도르 수상자는 해당 시즌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었다. 카카의 발롱도르 수상 이전에는 이런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면 벌써 꽤 오래전 일이다. 골잡이가 아닌 모드리치의 수상이 조금은 어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재미있는 것은 호날두와 메시 모두 2017~2018시즌에 역대급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호날두는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레알의 챔스 3연패 중심에 있었다. 메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리그에서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기록하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위력은 적어도 데이터상으로는 달라진 게 없었고,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모드리치는 분명 세계 최고 축구 선수 중 하나이다. 그리고 A대표팀과 소속팀을 넘나드는 그의 활약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그의 발롱도르 수상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모드리치가 정말 호날두와 메시를 뛰어넘는 2017~2018시즌 세계 최고 축구 선수인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발롱도르의 투표권자는 각국의 축구 전문 기자들이다. 한 번 투표권자가 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 이들은 '메날두'와 지난 10년을 같이했고, 이들에게 최고의 영예를 주며 칭송했다. 하지만 세상도 사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반복된 일상에 식상해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갈망하듯이 축구계도 새로운 영웅을 찾고 있는 과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한' 호날두와 메시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억울하거나 공평하지 못하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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