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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삼성 미래의 등불 켠 양창섭 “정말 잘하고 싶었죠” [그때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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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8년 3월 28일, 앞으로 10년간 삼성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가 등장한 날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주목을 받았던 양창섭(19·삼성)은 시범경기(2경기 평균자책점 1.29) 호투로 4선발로 낙점됐다. 고졸 신인 투수 중 유일하게 개막 선발진 로테이션에 포함된 양창섭은 가장 빨리 승리투수가 됐다.

양창섭은 2006년 류현진 이후 역대 두 번째 고졸 신인 데뷔 무실점 선발승을 기록했다. 또한, 18세6개월6일로 데뷔 첫 선발승 최연소 기록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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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창섭이 3월 28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펼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앳된 얼굴의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투구하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었다. 혹시나는 없었다.

결과보다 내용이 더 놀라웠다. 6이닝 동안 24명의 타자를 상대해 4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9경기에 출전했는데)가장 기억에는 건 역시 데뷔전이다. 어려서부터 프로야구선수를 동경했다. 언젠가 그 무대에 나도 올라 공을 던지고 싶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승리투수가 된 데다 진짜 잘 던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 희열을 지금도 느끼고 있다.”

상당히 깔끔했다. 1,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더니 3회 1사 1,2루 및 6회 2사 1,3루 위기마저 슬기롭게 극복했다. 범타를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투구수는 90개.

반전이었다. 하루 전날만 해도 KIA 타선은 홈런 6개를 날리며 17점을 뽑았다. 4회에만 10득점이었다. 리살베르토 보니야는 타순이 한 바퀴 돈 후 와르르 무너졌다. 그 뜨겁던 KIA 타선을 냉각시킨 양창섭이었다. 타순이 두 바퀴 돌았으나 KIA 타자들은 양창섭을 파훼하지 못했다.

“(등판 전날 경기에서)KIA 타선이 워낙 잘 쳤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오치아이)투수코치님이나 형들도 ‘오늘 잘 친 거지, 내일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다’라며 격려해줬다. 그러면서 ‘자신 있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포수 (강)민호형 리드만 믿고 던졌다. 정말 마음 편하게 투구했다.”

사실 잃을 게 없는 양창섭이었다. 못해도 본전이다. 고졸 신인 투수의 데뷔전에게 거는 기대치가 S급 투수에 거는 만큼은 아니다. 그 또한 부담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 부분이 프로 데뷔전의 긴장감도 완화시켰다.

“연습 투구를 할 때는 ‘여기가 프로 무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돌입하니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오로지 민호형 리드에 집중했다. 정말 너무 집중했다. 그래서 당시 세세하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런 걸 느끼거나 떠올릴 겨를조차 없었다. 다른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첫 시즌이다. 만만치 않은 프로 세계다. 양창섭도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선발투수로서 ‘최소한’ 해야 할 일을 수행해야 한다고 다짐할 따름이었다. 5이닝 3실점. 그 목표를 갖고 늘 마운드에 올랐다. 첫 등판부터 그 이상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 특별히 구체적으로 투구수, 이닝 등을 제한한 건 아니었다. 민호형도 ‘오늘 5이닝 3실점으로 막는다는 생각하자’고 했다. 그런데 6이닝까지 내가 던졌다. 그 또한 내게 의미가 있다.”

가장 빼어난 투구로 가장 빨리 첫 승을 신고한 양창섭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발목 부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시즌 끝까지 달렸다.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의 성적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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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창섭은 프로 데뷔전에서 첫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사진은 3월 28일 광주 KIA전에서 역투하는 양창섭.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신인 투수 중 가장 우수했다. 신인상 투표에서도 101점을 받아 강백호(514점·kt), 김헤성(161점·넥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강)백호가 (당연히)받을 것 같아서 (신인상은)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세 번째란 것도 몰랐다. 올해 기회를 많이 받았다. 1군 경기를 많이 뛰면서 경험도 많이 쌓았다. 나름 잘 마친 것 같다. 특별히 설정한 기록이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 승수도 더 쌓고 평균자책점도 더 낮춰야 한다.”

양창섭은 최채흥과 더불어 올해 삼성 최고의 수확이다. 기량이 출중한 젊은 투수가 등장하지 않았던 삼성이다. 양창섭, 최채흥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그렇지만 이제 첫 걸음을 뗐다. 데뷔전보다 더 멋진, 최고의 순간이 펼쳐질 터다. 그렇기 위해 겨우내 노력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확실히 아마추어야구와 다르더라. 쉼 없이 달려야 한다.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져)초반보다 확실히 공이 안 좋아졌다. 이렇게 경험했으니 이를 바탕 삼아 보완하고자 한다. 지금 체력을 많이 키우고 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2년차 징크스는 결국 내가 하는 거에 달리지 않을까. 열심히 준비한다면, 분명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아, 물론 부상을 대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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