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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Y리뷰] '마약왕', 익숙함부터 파격까지 연기 총집약...송강호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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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마약 같은 연기력으로 관객을 홀린다. 139분은 송강호의 새로운 얼굴에 중독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 청소년관람불가)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고 몰락하는 과정을 시대상과 함께 풀어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실제 마약 유통사건들을 모티브로 허구를 더했다.

금은방에서 일하다 시계 밀수에 가담하게 된 이두삼(송강호 분)은 우연히 필로폰 운반책으로 일본에 건너갔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눈을 뜬다. 이후 조직과 결탁하고, 정재계 커넥션을 형성해 나가면서 공권력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마약업계 거물이 된다.

영화는 평범한 이웃이었던 이두삼이 시대가 낳은 괴물이 되는 과정을 블랙 코미디로 그러냈다. 시집 안 간 여동생만 셋에 자식 셋을 거두고 있는 가장 이두삼은 유신이니 데모니 하는 것은 관심 밖이다. 마약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던 그가 운좋게 만난 노다지일 뿐이다.

때문에 이두삼은 마약에 당당히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새기고 그렇게 번 돈을 각종 국가사업에 헌납하며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라고 역설한다. 열혈 검사 김인구(조정석 분)이 숨통을 죄어오고, 모두가 등을 돌리는 순간까지도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며 눈에 핏발를 세우는 이두삼의 모습이 웃프다.

우민호 감독은 이 같은 화법에 대해 "70년대 실존했던 실제 마약왕들의 이야기와 마약 사건들을 접했을 때 이해가 안 되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자료 조사를 하다보니 어떻게 보면 그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었고, 이를 시대상과 맞물려 블랙 코미디적인 화법으로 그려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이번에도 관객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펼쳤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여준다.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 등에서 보여준 송강호의 모습들이 총망라되며, 이두삼은 한 시대를 집약하는 캐릭터로 우뚝 선다.

익숙한 모습 뿐만이 아니라, 송강호의 전혀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의 후반 30분 가량 펼쳐지는 그의 파노라마는 좌중을 압도한다. 마약으로 흥해 마약으로 망하는 이두삼의 광기와 혼돈이 고스란히 담긴 파격적인 표정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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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근절을 목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열혈 검사 김인구 역의 조정석부터, 1970년대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로비스트 김정아 역으로 분한 배두나, 사촌 형 이두삼을 따라 밀수업에 동참하게 된 이두환 역의 김대명, 이두삼의 우여곡절을 함께 한 조강지처 아내 성숙경 역의 김소진, 그리고 이희준, 조우진, 이성민, 김홍파 등 이름 그 자체로 충무로를 압축한 배우들이 개성있는 연기를 펼치며 생동감을 더했다.

70년대를 생생하게 재현한 영상미와 다양한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촬영을 맡은 고락선 촬영감독은 '내부자들'(2015), '택시운전사'(2017)에 이어 '마약왕'에서도 대한민국 시대의 변모를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정미의 '바람'을 비롯해 Jigsaw의 'SKY HIGH', 슈베르트의 '마왕'에 이르기까지, 이두삼의 인생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은 연기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 너무 기대 탓인지 이야기의 이음새가 다소 헐겁다. 이두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가는 초반 60분은 다양한 인물들이 추가되며 활력이 넘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속도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시대의 흐름과 당대 사회상을 한 인물의 삶 속에 집약하려고 하면서 다소 산만한 느낌도 준다. 의도된 연출일지 모르나 많았던 등장 인물들이 마무리감 없이 증발되는 아쉬움도 있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주는 몰입도는 상당하지만, 희대의 범죄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따라오는 도덕적 딜레마는 해소하지 못했다. 영화 내내 이두삼의 인생사가 펼쳐지지만 정작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들은 빠진 듯하다. 그는 시종일관 "나 좀 먹고 살자", "나 아니면 다 굶어 죽었다"며 분노로 가득차 있지만, 이 같은 외침에 관객이 쉽게 동조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주인공에 대한 이입 혹은 반감의 위치가 불분명한만큼 극적인 인생 역정에 비해 결말이 주는 여운도 농도가 짙지 못하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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