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마이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 최종 2차전에서 베트남 을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하노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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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항서 감독(59)은 아직 베트남어에 익숙치 않다. 그는 “베트남어가 굉장히 어렵다. 인사 정도는 아는데…. 통역 등을 동원해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4강), 스즈키컵(우승)까지 올 한해 베트남 축구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끄는 동안 박 감독은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자상한 몸짓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들이 나태해질 때는 “너희들 베트남 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며 ‘채찍질’했다고 한다. 한밤 중에 실시되는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힘겨워했던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단결, 자존심, 영리함, 불굴의 투지, 목표 의식 같은 베트남 정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투지를 일깨우는 말을 자주했다. 그는 “기적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은 없다. 우리의 피와 땀에서 기적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수들의 발 마사지를 직접해주거나, 부상 선수에게는 자신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 적극적 스킨십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베트남 언론 ‘탄 니엔’은 “박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와 아들처럼 대화한다. 승부차기 순간에는 벤치 뒤로 숨기도 하는데 이런 귀여운 모습도 인기의 비결이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 하지만 2002년에 한일 월드컵의 성공(4강)과 같은 해 우승을 예상했던 부산 아시아경기의 실패(동메달)라는 부침을 모두 겪어 봤던 박 감독의 마음은 평상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 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다. 좋은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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