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첫번째)가 13일(현지시간) 회의장에 들어서는 가운데 붉은 옷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로 인사를 건네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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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로 EU 정상들과 만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측에서 재협상해주지 않으면 현재 브렉시트 합의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U 정상들은 재협상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3~14일 진행된 EU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당시 메이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 마지막 날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회동에서 현행 브렉시트 합의안이 추가 합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죽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EU에서 양보를 기대할 수 없다면 부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메이 총리 측근은 "우리는 EU로부터 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합의안 표결을 강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와 18개월간 브렉시트 협상을 벌였던 영국은 지난달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으나 영국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달 11일 의회 표결을 예고했던 메이 총리는 표결 전날 이를 취소하고 내년 1월 21일까지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메이 총리가 12일 당 내 신임투표를 통과했다고는 하나 지금 브렉시트 합의안 인준을 강행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이 총리는 EU 정상들에게 아일랜드 국경문제와 '안전장치' 조항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보다 확실한 보증을 요구하는 한편 다음 달 특별 EU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EU 정상들은 지난달 합의안을 수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고위 EU 관계자는 영국이 수정 요구를 빌미로 합의안 전체를 다시 쓰려 한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의 요구와 관련해 투스크 의장은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것은 메이 총리의 재량이지만 우리가 추가 협상을 조직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어떤 식으로든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지난 저녁에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이 정한 의견이 우리의 입장이고, 우리의 제안이다. 이제 영국의 대응을 기다릴 뿐이다"고 밝혔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어떤 국가가 뭔가 더 요구하는 자기네 의회와 상의한 뒤 몇 주마다 다시 오고 있다"며 EU는 이런 식의 조약 승인 과정을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는 국제 관계를 운영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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