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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신드롬` 베트남 넘어 한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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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패권을 노린다. 부임한 후 '항서 매직'으로 추앙받을 만큼 좋은 성적에도 대회 우승은 없었던 박 감독은 2차전 홈에서 베트남 국민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15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전반전에만 2골을 선취한 베트남이 후반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내면서 말레이시아에 추격을 허용해 2대2로 비겼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베트남으로선 실속을 챙겼다. 주장 응우옌반꾸옛과 팀 내 스즈키컵 최다 득점자인 응우옌아인득(3골) 등 베스트11에 주로 포함되던 선수 서너 명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도 원정에서 2골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미 현지 언론에선 그의 '용병술'까지 집중 조명 대상이 됐다.

주전 선수들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사실상 1.5군을 투입하고도 결과물을 얻은 박 감독은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이 더해질 2차전 홈경기에서 1실점 이하 무승부만 기록해도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국 지위에 올라선다. 실제로 베트남이 축구 라이벌로 여기는 태국이 이 대회에서 다섯 차례 우승한 데 비해 베트남은 2008년 한 차례에 그치고 있다.

박 감독은 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결승전 기자회견에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 국민께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며 "최고의 23명을 뽑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임 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감독은 부임 이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진출 등 쾌거를 이뤘지만 정상을 밟아보지는 못했다.

박 감독 체제의 베트남이 연이어 선전하면서 한국 국민의 관심도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국내 한 스포츠케이블 채널에서 중계한 스즈키컵 결승 1차전은 평일인데도 올해 케이블 중계 스포츠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 4.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베트남 우승 여부가 판가름 나는 2차전은 지상파에서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아시아문화관광위원회는 이날 베트남관광대사, 광주시민, 베트남 교민들이 모여 베트남 축구 결승 승리를 기원하는 합동 응원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스즈키컵에 대한 현지 열기는 과열 상태다. 베트남 국영 매체에 따르면 2차전 표 예매가 수분 만에 매진되면서 표를 구하지 못한 베트남인들이 베트남축구협회로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1차전 때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말레이시아 부킷 잘릴 경기장(8만3000석) 표가 이틀 전부터 동이 나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축구팬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스즈키컵이 끝나면 박 감독에겐 또 한 번 마술을 부릴 기회가 주어진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이다.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치렀던 어떤 대회보다도 참가국들 수준이 높다. 베트남이 소속된 D조는 이란과 이라크, 복병 예멘이 소속돼 있어 조별리그조차 뚫기가 수월하지 않다. 베트남의 아시안컵 최고 성적은 개최국으로 참가한 2007년 대회 8강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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