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스즈키컵 결승 첫판 2-2
거대한 붉은 물결 베트남 축구팬들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베트남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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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59)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을 눈앞에 두자 베트남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 방문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하지만 방문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1-1 또는 0-0으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결승 2차전을 앞둔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 방송인 ‘VTV’는 30초짜리 광고료를 9억5000만 동(약 4598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광고료인 8억 동을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박 감독의 선전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회를 중계 중인 SBS스포츠에 따르면 결승 1차전 시청률은 4.706%(닐슨코리아)로 프로야구를 포함해 올해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스포츠 장르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1차전이 열린 부킷 잘릴 경기장 티켓 8만 장은 모두 팔렸다. 온라인으로 판매한 4만 장은 판매 개시 30분 만에 매진됐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비롯한 관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베트남 팬들은 1차전이 열리는 동안 하노이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경기장에 비옷을 입고 모여 대형 전광판에 비치는 경기 장면을 보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67만 원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1일 축구 관람 패키지 상품이 등장했고 수천 명의 팬이 원정 응원을 다녀왔다.
2차전이 열리는 하노이의 열기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2차전이 열리는 미딘 경기장의 규모는 4만 석이다. 1차전 부킷 잘릴 경기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10년 만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인 베트남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경기장을 찾는 말레이시아 팬 8만 명의 응원이 큰 걱정거리였다. 2차전에서는 베트남 팬들이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적지에서 패하지 않았다. 이제 안방에서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후반에 많은 기회를 놓쳤기에 실망스러웠다. 2차전을 위해서는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우승 가능성을 앞에 두고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체력 소모가 극심했던 1차전이 끝난 후 베트남이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부 주전 선수가 경기에 뛰지 않아 결승 2차전에 대비한 체력 비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날 박 감독은 대회 기간 교체 선수로 뛰었던 공격수 하득찐과 미드필더 응우옌후이훙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 대신 주포인 응우옌아인득과 미드필더 르엉쑤언쯔엉 등에게 휴식을 줬다.
후이훙은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베트남 언론은 “최강 전력으로 나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박 감독이 성공적인 용병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아인득 등은 2차전 경기에 나설 것이다. 경험이 많고 골 결정력이 있는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베트남은 2골 모두 세트피스(프리킥) 상황에서 내줬다. 박 감독은 “반칙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반칙을 한 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2차전에서는)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하지 않도록 (수비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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