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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참여하는 스포츠 현장을 가다]런치 리그·스포츠영화제…‘학생 자율’로 폭넓어진 체육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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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융·복합 체육수업

경향신문

경기 화성의 기안중학교 남녀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넷볼 리그를 치르고 있다. 응원하는 학생, 취재하는 학생 등 많은 인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런치타임 리그에 동참하고 있다. 화성 |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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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기안중학교는 1년 동안 자이언트 스포티벌(Giant Sportival)을 운영한다. 학교 영문이름(Gian)에 T(Together)를 붙인 뒤 ‘스포츠 잔치’라는 의미로 스포티벌이라고 명명했다. 다양한 융·복합 교육이 진행되는 체육수업을 기반으로 런치타임 리그, 자율동아리, 체육대회, 축제 등이 하나로 연결됐다.

올해 기안중 체육수업은 15개 종목으로 짜여 있다. 축구, 농구 등 전통적인 종목부터 플레이트야구, 컬링, 볼링 등도 있다. 교사가 권장한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선택한 종목이다. 한우진 체육부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수업 성취도가 높다”며 “적당한 학생 수가 유지돼 소외되는 학생도 적다”고 말했다.

기안중에서는 5~6개 반이 동시에 수업할 때도 있다. 체육교사는 3명뿐이다. 외부 강사 7명이 함께한다. 강사는 기안중이 학생선택중심교육학교로 지정되면서 받은 교육청 지원금으로 초빙됐다. 중등 체육수업은 주당 3시간, 스포츠클럽은 주당 1시간이다. 기안중은 4시간을 두 시간씩 묶었다.

한 부장은 “배우는 즐거움, 성장하는 기쁨을 맛본다”며 “1년에 3개 종목씩, 3년에 최대 9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내에는 운동장, 체육관, 탁구장, 넷볼장, 농구장, 당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학생 선택 종목으로 다양한 활동

학교폭력 사라지고 생활습관 개선

자일로드론 등 뉴스포츠 지도는

전통 종목에 비해 소외학생 없어

스포츠 도구 모양으로 음식 조리

다양한 관점에서 체육 이해 시도


다양한 체육수업은 다양한 활동을 낳았다. 점심시간에 축구, 넷볼, 피구리그가 열린다. 체육대회에는 40개 코너로 구성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도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학생 스스로 다양한 스포츠동아리를 만들고 스포츠영화제, 스포츠만화전도 운영한다. 한 부장은 “학교폭력이 사라졌고 생활습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성낙은 교장은 “스포츠에서 불가피한 경쟁을 우리는 교육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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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의 송라중학교 학생들이 체육수업시간에 자일로드론을 타고 있다. 송라중은 축구, 농구 등 전통적인 종목보다는 이 같은 뉴스포츠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남양주 |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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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송라중학교는 뉴스포츠를 지도한다. 1인용 탈것인 자일로드론, 얼티미트(원반던지기), ‘까롬’(보드게임 일종) 등이다. 이여순 체육교사는 “축구, 농구 등 전통적인 종목은 입학 때부터 학생별 능력차가 크다”며 “뉴스포츠는 대부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소외학생이 없다”고 말했다. 자일로드론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인기록이 관리되며 학생들도 기록 단축을 위해 노력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즐기는 e스포츠도 내년 수업에 넣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배곧초등학교(경기 시흥)는 학생이 무려 1700명이다. 그래도 시간과 공간 제약을 극복해 다양한 신체활동을 한다. 저학년 중심으로 300여명이 매일 오전 교문 근처 1㎞ 도로를 달린다. 학교 근처 풋살장에서도 체육수업을 한다. 매일 1·2교시를 묶어 20분 쉬는 시간(80분 수업)을 만들었고 이때 학생들은 뛰어논다. 박상준 교사는 “체육 전담교사 4명이 3~6학년 체육수업을 맡는다”며 “고학년은 학생자치회 중심으로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며 교내 스포츠클럽도 6개나 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 서호초등학교는 학년별 신체활동을 잘 지도하고 있다. 1·2학년은 다양한 놀이로 구성된 통합교과 교육을 받는다. 줄넘기, 훌라후프 등 단순한 도구로 여러 활동을 하는 식이다. 심규호 수석교사는 “3·4학년은 기본적인 신체능력을 배양하고 5·6학년은 종목으로 접근해 생활스포츠가 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임성부 교장은 “매트 등을 깔아 실내체육교실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함께 구르고 놀면서 급우애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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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는 체육시간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1·2학년은 주당 2시간, 3학년은 1시간이다. 적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계 고교인 산본고등학교(경기 군포)는 스포츠와 인문학이 결합된 수업을 진행한다. 배문수 체육교사는 “스포츠와 관련된 문학·미술작품 등을 이용해 스포츠를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한다”며 “운동은 잘 하는 학생들이 리더가 돼 친구들과 미션을 수행하는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산본고는 3학년도 2시간씩 체육수업을 받는다. 배 교사는 “고3도 체육은 기본”이라며 “학부모 항의도 없다”고 말했다.

발안바이오과학고(경기 화성)는 요리 등을 배우는 특성화고다. 12개 반에 학생도 300명 선이다. 김종석 체육교사는 “여학생이 많고 여성성이 강한 남학생들도 적잖다”며 “신체활동을 강요하기보다는 스포츠를 인문적으로 이해하고 직업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기터·보기터·읽기터·쓰기터·얘기터 등으로 코너를 분할해 해당 종목을 이해하고 스포츠 도구 모양으로 음식(사진)도 조리한다. 스포츠를 몸보다는 머리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초등체육을 담당하는 김정희 장학사는 “초등학생들은 체육을 더 원하고 체육교습법을 배우려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며 “전담교사 추가 배치, 담임교사 직무연수 강화를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고교 체육을 맡은 김규성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훌륭한 체육교사를 만나면 체육을 잘 배우고 그렇지 못하면 못 배우는 경향이 있다”며 “공인된 훌륭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사들이 적극 활용해야만 체육교육에서 일관성과 전문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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