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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불감자'의 화끈한 테이블 세리머니,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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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간판으로 뜨는 장우진

13일 개막 그랜드 파이널스 전 종목 출전

北 차효심과 세 번째 호흡... "편해졌어요"

2인자 오명에서 올해 성장 "내년 톱1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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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장우진이 지난 1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인터뷰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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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천 남동체육관. 다음날 개막할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출전을 앞둔 탁구 국가대표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이 북한 여자 대표 차효심(24)과 1달 만에 다시 만나 호흡을 맞췄다. 자주 만나진 못 해도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춘 건 올해만 세 번째다. 지난 7월 코리아오픈 때 첫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 우승을 합작하고, 지난달 오스트리아오픈 8강도 함께 올랐다. 장우진은 "효심이 누나와 이젠 누나·동생처럼 편해졌다. 지난 번에 내가 갖고 있던 라켓에 누나가 관심을 보이더라. 기회가 되면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왕중왕전 격인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이시카와 카스미와 13일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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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 정상에 오른 장우진(왼쪽)-차효심 조가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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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그랜드 파이널스 대회 포스터. [사진 대한탁구협회]




그랜드 파이널스 대회 공식 포스터에서 장우진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는 이 대회에 혼합복식뿐 아니라 남자 복식·단식에도 나선다. 시즌 투어 성적에 따라 상위 랭커들만 나설 수 있는 그랜드 파이널스에 당당히 실력으로 모두 출전권을 딴 것이다. 세계 랭킹도 올해 초 41위에서 어느새 15위까지 올라서 이상수(삼성생명·7위)에 이어 국내 선수 중엔 두 번째로 높아졌다. 지난 10일 소속팀 훈련장인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만난 장우진은 "1년 동안 성적 좋은 순서대로 뽑혀 나가는 대회라서 기대도 크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대회가 예상된다. 7월 코리아오픈 때 응원 열기를 등에 업고 우승했을 때 짜릿했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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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이 지난 8월 28일 자카르타 국제엑스포에서 열렸다. 한국 장우진이 중국 왕추쉰과 경기하고 있다 .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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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아시안게임까지 남자대표팀을 맡았던 김택수(48) 미래에셋대우 감독은 "우진이 탁구가 올해 많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기술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더 단단해진 덕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대회 개인 단식 우승이 없던 그는 코리아오픈 전관왕(단·복식, 혼합복식)뿐 아니라 올해 6월 실업탁구챔피언전, 10월 전국체전에서도 단식 정상에 올랐다. 김 감독은 "재능도 좋지만, 무엇보다 의욕이 강하다. 다른 선수 영상을 보면서 연구도 많이 한다. 약점이었던 백핸드 기술이 좋아지면서, 활용할 수 있는 탁구 기술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요즘 시합장 가면 먼저 알아보고 사진 찍어달라는 탁구 동호인, 팬들이 늘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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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장우진이 지난 1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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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장우진은 원래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 선수를 할 뻔 했다. 몇몇 학교에서 제의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네 살 위 친형이 하던 탁구를 함께 하면 좋겠단 어머니의 권유로 탁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실업팀 형님들을 제압한 '무서운 신예'였다. 18세였던 2013년 1월엔 대표팀 상비군 1차 선발전에서 16전 전승도 거뒀다. 같은해 12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정상에 올랐던 그를 두고 '탁구 천재가 나타났다'는 말도 들었다. 중3이었던 2011년, 스폰서사 후원을 통해 1년 동안 탁구를 배우기 위해 독일로 건너간 독특한 경력도 있다. 그는 "탁구뿐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본 계기가 됐다. 내겐 뜻깊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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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장우진이 지난 1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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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무대에 올라선 뒤, 선배 선수들에 눌려 우승 경험이 없던 바람에 2인자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랬던 장우진에겐 2018년이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천재, 신동이라는 말도 듣지만 내겐 과분하다. 랭킹은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 중국 선수들도 요즘 자주 지는 시대다. 더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장우진은 '파이어 포테이토(fire potato)', 일명 '불감자'로 불린다. 강원도 출신의 승부욕 넘치는 선수란 의미다. 이 별명을 그는 취미 생활로 축구할 때 입는 유니폼 뒷면에 새길 만큼 마음에 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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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코리아오픈에서 개인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테이블 위에 올라 기뻐하는 장우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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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장우진이 지난 1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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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명만큼 장우진은 특유의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극적인 우승을 거둘 때면 테이블 위에 올라가 포효하는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친다. "유럽 선수들이 그런 세리머니를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고 나도 배웠다"던 그는 "'파이어 포테이토'라는 내 별명처럼 늘 파이팅 넘치고, 근성있게 치는 탁구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내년에 세계 랭킹 톱10에 들고, 훗날 올림픽 금메달도 노려보고 싶다. 간절한 꿈이다"고 말했다.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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