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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노란조끼에 백기 들고 브렉시트 표결 포기… 마크롱-메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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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 맞은 佛-英 정상

마크롱, 유류세 이어 최저임금 양보… 세수 줄며 균형재정에 타격

EU “3%룰 지키는지 모니터링”… 메이,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 연기

“관세동맹 등 EU와 재협상”, EU “혼란 맞더라도 재협상 없다”

동아일보

현실의 벽앞에 무릎 꿇은 두 정상 10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11일 예정된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표결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상당한 차이로 부결될 수 있어 이를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0일 동시에 국민과 정치권의 요구에 굴복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의 합의를 유턴하는 두 정상의 조치에 유럽연합(EU)이 반발하면서 두 정상은 ‘내우외환’에 봉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와 관련해 “많은 사람의 분노와 분개를 이해하고 있으며 취임 후 재빨리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또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세후 월 1185유로(약 151만 원)인 최저임금을 내년 1월부터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고, 월 2000유로(약 256만 원) 미만의 저소득 은퇴자를 대상으로 1.7% 올리기로 한 사회보장기여금(CSG)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아일보

현실의 벽앞에 무릎 꿇은 두 정상 10일 프랑스 남서부 앙다예의 한 식당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TV 대국민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앙다예=AP 뉴시스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유류세 인상과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을 지난주 철회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 조치는 노란조끼 시위를 이끈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민들의 요구에 사실상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뱅자맹 코시 노란조끼 대변인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했다. 성탄 연휴와 맞물려 시위는 약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세금을 줄이면서 균형 재정이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건전한 재정 확보를 위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노란조끼 시위 이전 마크롱 정부는 내년도 적자 규모를 GDP 2.8%로 잡아 예산을 짜 놓은 상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발표한 조치를 이행하려면 80억∼100억 유로(약 10조∼13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제궁은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EU 집행위 부위원장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는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예산 조치에 대해 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의 메이 총리는 EU와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안 승인 의회 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의회에 출석해 “예정대로 투표를 실시한다면 상당한 차이로 부결될 수 있어 이를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합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외신들은 ‘굴욕적(humiliating)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 투표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EU와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에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합의안에 담았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법률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장치가 가동될 경우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영국이 영구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EU는 “이미 합의는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합의 없이 브렉시트를 맞는 한이 있어도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이 총리는 11일부터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 브뤼셀을 잇달아 방문해 재협상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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