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FC 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1-1로 끝나며 FC 서울의 K리그1 잔류가 확정된 뒤 서울 박주영(왼쪽)이 부산 호물로를 안아주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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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40]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홈 팀의 리그 성적은 12개 팀 중 11위였다.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친 경기장이었지만, 관중 8554명이 이 경기를 보러 왔고, 공중파에서 생중계를 했다. 이미 정규시즌의 순위가 결정 난 상황이었지만, 양 팀 선수들은 사생결단으로 피치를 뛰어다녔다. 후반 추가 시간에서야 홈 팀의 첫 골이 나왔다. 팬들과 선수들은 환호했다. 상대 팀 서포터석은 침묵했고, 원정 팬들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마치 시즌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골로 인해 경기 결과는 무승부가 되었을 뿐이고 홈 팀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야구나 농구와 같은 다른 프로스포츠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탱킹(tanking)은 프로리그 경기에서 리그 하위권 팀이 차기 시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 등 팀 차원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고의로 지는 행위를 말한다. 의도나 목적이 부정하지는 않기에 승부조작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탱킹이나 승부조작 모두 고의성이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공통 분모가 있다.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NBA(미국프로농구) 등에서는 탱킹과 관련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MLB는 올 시즌에만 볼티모어(115패), 캔자스시티(104패), 시카고 화이트삭스(100패) 등 100패 팀이 3개 팀이나 탄생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985년 이후 두 번째이다.
사실 이 팀들의 부진이 100% 탱킹에 의한 것인지, 실제 현저하게 낮은 전력으로 인한 결과물인지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위한 리빌딩 실시와 이로 인한 의도적 전력 약화는 납득과 분노의 경계선에 애매하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 탱킹 현상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NBA나 다른 미국의 프로스포츠도 탱킹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있다. 때문에 NBA는 탱킹에 대한 방지책으로 NBA는 하위권 팀의 신인 드래프는 순위 지명 확률을 추가로 조정했다.
탱킹과 승부조작은 다르다고 하지만 고의성을 가지고 진다는 점에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지고 이기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승리(혹은 지지 않겠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그리고 팬들은 자신의 팀이 그 분명한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만약, 자신들의 팀 내지 선수들이 지려고 한다면, 그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기만행위가 별다른 제재 없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더 불행한 것은 이러한 기만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빈볼과 같이 명확해 보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보이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물론 탱킹은 팬들을 경기장으로부터 떠나게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사실 그만큼 큰 벌도 없을 것이다. 탱킹이 꼭 아니더라도 리그 하위권 팀들에 마지막 경기 내지 시즌 막바지 경기들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경기들은 풀어져 있는 긴장만큼 흥미 또한 없다.
하지만, 축구만은 다르다.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대부분에 나라에서 야구·농구와 달리 축구에는 승강제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가 가지고 있는 위상과 저변이 있기에 가능한 제도이다. 리그에서 어떤 클럽은 우승을 위해 혹은 대륙 내 클럽챔피언십을 위해 싸우지만, 또 어떤 클럽들은 강등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 때문에 야구나 농구처럼 탱킹을 하기가 무척 어렵고, 드래프트라는 제도 또한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탱킹이 주는 실익 또한 없다. 축구는 경기수 또한 농구와 야구보다 적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불태워야 하는 이유이다.
부산과 서울의 K리그 시즌 최종전은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감싸고 있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이긴 선수와 서포터들은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렸고, 진 선수들과 서포터들은 통한의 눈물로 그라운드를 물들였다. 결과는 정해졌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분명했고,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서의 모든 걸 거는 대가로 얻어지는 환희와 통곡. 오로지 축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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