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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멕시코전 재연, 믿고 때리는 '손흥민 존'…"나도 좋아하는 코스"[현지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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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손흥민이 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스터 | 이동현통신원



[레스터=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김용일기자] 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와 토트넘의 16라운드.

0-0으로 맞선 전반 추가 시간 토트넘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공을 잡은 뒤 맨유 출신 수비수 조니 에반스를 제치고 왼발로 감아 차자 벤치에 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해리 케인이 벌떡 일어섰다. 활처럼 휘어들어간 손흥민의 슛은 그림같이 레스터 골문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직감한 포체티노 감독과 케인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믿고 때리는 ‘손흥민 존(Zone)’에서 또다시 명품 골이 만들어졌다. 사흘 전 열린 사우샘프턴전에서 골 맛을 본 손흥민은 이 골로 시즌 첫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5호골(리그 3호골)을 터뜨렸다. 11월 A매치 휴식 효과를 톡톡히 입증하고 있다.

전매특허와 같은 ‘손흥민 존’에서 나온 득점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페널티박스 좌우 모서리 부근을 일컫는 이 위치는 손흥민을 유럽 정상급 공격수의 길로 인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 스승인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이 아들의 유년 시절부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했다. 손씨는 아들의 장점으로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정확한 임팩트에 의한 슛을 날린다는 것을 꼽는데 장기를 살리기 위해 고교 시절부터 비시즌이면 춘천 공지천에서 하루 1000개 이상의 슛을 때리게 했다. 특히 페널티박스 모서리와 골문 사각지대에서 짧게 끊어 감아 차는 기술을 전수했다. 당시 손 감독은 “세계적인 골키퍼도 사각지대에서 정확하게 감아차면 ‘가제트 팔’이 아닌 이상 못 막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슛 훈련은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을 때도 지속했다. 본능적으로 사각지대에서 공을 잡으면 골문을 보지 않더라도 구석으로 감아찰 정도의 감각을 익히게 하는 데 주력했다.

효력은 대단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터뜨린 통산 49골 중 22%에 달하는 11골이 ‘손흥민 존’에서 나왔다. 감아 차기 슛은 어느덧 손흥민의 컨디션이 정상에 근접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으로도 여겨졌다. 토트넘 이적 후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엔 이 위치에서 골이 없었다. 그러나 아시아인 최다골 신기록(21골)을 세운 2016~2017시즌엔 ‘손흥민 존’에서 4골이 나왔다. 지난 시즌엔 2골을 기록했고 올 시즌 오름세를 타는 시점에서 ‘손흥민 존’은 역시 배반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6개월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막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감아 차기 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린 적이 있다. 레스터시티전 골은 멕시코전과 매우 흡사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골은) 멕시코전과 비슷했다”며 “어릴 때부터 훈련을 많이 한 코스다. 나 역시 매우 좋아하는 코스인데 항상 하던대로 찼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몸에 배인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특별한 위치이고 평소 훈련한 결과가 나온 것이기에 상당히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날 골 뿐 아니라 시즌 세 번째 도움도 올렸다. 후반 13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문전으로 달려든 알리를 향해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알리가 몸을 던지며 머리를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1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친 손흥민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리그 12승(4패)째 승점 36을 기록하면서 첼시(승점 34)를 밀어내고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주중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앞둔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주포인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벤치에 앉힌 뒤 후반 두 골 차 리드를 잡자 투입했다. 손흥민은 케인과 교체돼 후반 28분 물러났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일부 주력 요원 체력을 비축하면서도 손흥민의 골 감각을 극대화하면서 기분 좋게 바르셀로나로 떠나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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