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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또 `박항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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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베트남이 국가대표 축구팀 지휘봉을 박항서 감독에게 선뜻 내민 것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2002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코치직 이후 지도자 커리어(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 K리그 경남 FC 감독 등)를 밟아 나간 박 감독이었지만 당시엔 국내 실업팀 감독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권 축구에서 태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던 베트남은 번번이 태국에 패하며 이를 갈고 있던 상황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때문에 아시아권의 좋은 감독을 데려오자는 큰 흐름이 있었고 이미 일본 출신 감독을 선임했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전력 때문에 한국 지도자들로 무게추가 쏠렸다. 평균 신장이 작은 베트남 선수들이 결코 크지 않은 박 감독(신장 166㎝)에게 호감을 가진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1년 전 베트남의 선택은 자신들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택이 됐다.

그저 사람 좋은 이미지로만 인식됐던 박 감독은 부임 1년 만에 베트남에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연이어 선물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 팀을 동시에 맡았던 그는 먼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선수권'에서 한국, 호주와 같은 조에 편성되고도 조별리그를 뚫었고 동남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4강에 진출해 준결승에서 카타르마저 꺾으면서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AFC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AFC는 베트남 전체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전야제에 불과했다.

박 감독의 베트남은 아시안게임 본선에서 같은 조의 일본, 네팔, 파키스탄을 모두 꺾었다. 2라운드에서 바레인까지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한 베트남은 여세를 몰아 시리아까지 연장 승부 끝에 물리치고 역시 베트남 사상 최초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베트남에서의 박항서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베트남은 스즈키컵에서 라오스와 필리핀을 모두 물리치고 오는 15일 말레이시아와의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베트남으로선 1998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결승 진출이며 2회 우승을 노린다.

베트남의 국민적 사랑은 단순히 박 감독이 이룬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부임 이후 베트남 대표팀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감을 심어주고 격려하는 인간미, 전술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직접 훈련에 참가하는 적극성, 체력 증진을 위해 베트남 국민음식 '쌀국수' 대신 균형 잡힌 식단을 요구하는 결단력이 없었다면 영웅이 아닌 명감독에서 끝났을 것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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