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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플레이백] ‘황후의 품격’ 김순옥 전설의 시작 ‘아내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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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황후의 품격'(왼쪽) '아내의 유혹' 포스터(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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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김순옥 작가가 10년째 ‘막장계 대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순옥 작가가 새로 내놓은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연출 주동민)이 방송 첫 주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2018년이 대한제국 121년이라는 가정하에 펼쳐지는 ‘황후의 품격’은 부패한 황실 속 배신과 음모·치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테러·사고의 은폐 등 충격적인 사건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여기에 무명의 뮤지컬배우 오써니(장나라) 힘 센 시골 청년 나왕식(최진혁, 태항호) 황제 이혁(신성록) 비서 민유라(이엘리야)가 만들어낼 사각관계까지 예고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막장’ 필력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10년 전, 김순옥 작가를 흥행보증수표 반열에 올려준 작품이 있다. 막장극의 전설로 통하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다.

■ 막장 of 막장 ‘아내의 유혹’ 속 명장면들

‘아내의 유혹’은 현모양처였던 여자 구은재(장서희)가 남편 정교빈(변우민)에게 버림받고 복수하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아내의 유혹’ 초반에는 은재가 교빈의 내연녀이자 자신의 친구인 신애리(김서형)에게 배신당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연민을 불렀다. 이런 가운데 ‘아내의 유혹’은 교빈과 애리 때문에 죽을 뻔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은재가 이른바 ‘흑화’(선한 인물의 타락을 뜻하는 신조어)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더불어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들도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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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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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희의 등장

전업 주부로 살았던 은재는 복수를 위해 ‘민소희’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한다. 그러면서 과거의 ‘구은재’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눈 밑에 점을 찍는다. 고작 점 하나로 다른 사람이 된다는 설정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은재를 비롯해 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아내의 유혹’ 속 캐릭터들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점점 몰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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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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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태몽

교빈의 고모 정하늘(오영실)은 극 중 은재의 오빠 강재(최준용)와 결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꿈을 꾸는데 호랑이가 등장했다. 태몽을 의도한 장면이나 극 중 호랑이가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하늘은 ‘아내의 유혹’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수하고 해맑은 인물이었던 터라 퀄리티 낮게 그려진 태몽조차 웃으면서 봤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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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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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냄비의 위력

‘아내의 유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강재는 동생을 죽인 장본인이 교빈임을 알고 분노했다. 이에 교빈을 경찰서에 끌고 가려던 중 애리가 나타나 강재의 뒤통수를 양은냄비로 내리친다. 양은냄비에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 건지 강재는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여자가 휘두른 양은냄비에 건장한 체격의 성인남자가 기절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듯 인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긴박한 장면들이 다소 긴장감 없게 그려진 점도 ‘아내의 유혹’의 ‘막장력’을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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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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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해피엔딩

‘아내의 유혹’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위암에 걸린 애리가 바다에 뛰어들고 이를 말리려던 교빈이 함께 죽음을 맞이한 것. 이후 은재는 자신의 복수를 도와줬던 건우(이재황)와 사랑을 약속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최종회의 엔딩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재와 건우가 바닷가에 나란히 서서 바라보는 하늘 위로 교빈과 애리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 것. 마치 하늘나라에서 은재와 건우를 축복하는 듯 인자한 교빈과 애리의 모습은 실소를 터지게 했다. 이에 마지막까지 ‘아내의 유혹’다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 ‘아내의 유혹’이 남긴 것

말도 안 될 만큼 자극적인 설정과 허술한 전개가 계속됐으나 ‘아내의 유혹’을 향한 인기는 뜨거웠다.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장서희는 이 작품을 통해 2009 SBS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표독스러운 악녀 연기로 호평을 이끈 김서형도 같은 해 연기대상에서 연속극 부문 여자 연기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덕분에 ‘아내의 유혹’은 평일 오후 7시 편성에도 방영 2개월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중반부에는 최고 시청률 37.5%의 기록을 세웠다.(닐슨코리아 제공) 현재까지 SBS 일일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이에 따라 ‘아내의 유혹’ 패러디물도 숱하게 등장했다. MBC ‘무한도전’은 ‘쪽대본 드라마 특집’을 통해 ‘아내의 유혹’ 스토리를 기본으로 여러 막장 설정을 더한 단편을 선보였다. 코미디언 장도연은 KBS2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서 ‘민소희’를 패러디한 ‘민소매’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드라마계에서는 ‘아내의 유혹’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막장’이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졌다. 특히 중장년층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서 ‘아내의 유혹’에 버금가는 자극적인 소재와 장면으로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특히 김순옥 작가는 이후에도 MBC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2016) SBS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의 막장극을 선보여 스타 작가의 명성을 굳혔다. 이 중 ‘왔다! 장보리’로는 2014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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