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사람들의 동시적인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엔도르핀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 때문에 다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동시적인 그룹 댄스는 그 구성원들을 더 사교적으로 만드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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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면 기쁨을 느끼는건 원초적 감정
세포복원·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활력충만
논리·공간지각 등 활용 ‘똑똑한 뇌’만들어
“몸치라고?”…1.5%만 해당 나머지는 부담감
#집과 직장만 오가는 지나치게 성실한 남자, 스기야마는 평온한 가정, 안정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샐러리맨의 꿈인 정원 딸린 단독주택까지 장만하지만, 돌연 무기력증에 빠진다. 생기없는 눈으로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던 그에게 어느날 불켜진 댄스교습소가 눈에 들어오고 저도 모르게 발을 들여놓게 된다. 원 스텝 조차 제대로 밟지못해 쩔절매던 그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을 때면 열심히 스텝을 밟아가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간다. 모처럼 활기가 생긴 그는 매일매일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영화 ‘쉘위댄스’의 ‘스기야마 효과’, 즉 춤의 뇌과학적 효능을 전면적으로 다룬 책, ‘뇌는 춤추고 싶다’(아르테)는 tvn ‘알쓸신잡’시즌2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뇌과학자 장동선과 신경과학자 줄리아 F. 크리스텐슨이 의기투합해 쓴 과학교양서다.
두 과학자는 춤을 출 때 우리 뇌와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춤을 추는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정보들을 전달하는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춤출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리듬을 듣고 춤으로 따라하려는 충동은 이미 신생아때부터 나타난다. 요크 대학과 핀란드의 이위베스퀼레 대학 동료들은 생후 5개월에서 24개월 사이 아기 1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기들이 음악이나 북소리가 울려나오는 즉시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리듬이 뚜렷하면 더 강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즉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일 때 기쁨을 느끼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행동을 머릿속에서 따라하는 뇌의 거울중추는 공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누군가 춤을 추는 걸 보기만 해도 우리 뇌는 활성화된다. 2012년 커린 졸라와 그 동료들은 춤 공연을 정기적으로 관람하면 뇌의 거울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을 연구결과로 입증했다. 미숙한 댄서들이 같은 동작을 실행하는 것 정도의 활동이 뇌 속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프로무용수들은 이 거울 중추의 활성도가 뚜렷이 높게 나타난다. 이들은 구경만으로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머릿속으로 진짜 춤을 추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뇌가 상대의 행동을 비추어 보는 것을 통해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을 더 빨리 알아낸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게 가능해진다.
춤추기는 생판 모르는 사람사이에 동류의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2014년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자인 브로닌 타르와 동료들은 우리가 자신의 움직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서 그와 동일한 움직임을 지각하면 우리 뇌에서는 소위 상호활성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무관하게 활동하는 ‘나’와 ‘너’를 지각하는 부위들이 동시에 활성화돼 나와 너를 구분짓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춤추는 동안 우리 몸 안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몸의 움직임, 음악과의 접촉, 냄새와 체취 등 춤을 출 때 모든 감각은 활성화된다. 뇌는 이런 감각에 대한 반응으로 몸 전체에 전달물질을 내보낸다. 세포들은 복원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드는 것이다. 도파민이 분비돼 의욕이 증진되고 세로토닌으로 신체의 활력이 높아진다. 몰입의 기쁨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또한 춤추는 데는 협응력, 직관, 논리, 시간감각, 공간 지각, 음악적 감수성 등 수많은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 모든 것은 뇌의 구조를 명백히 변화시켜 새로운 연결 회로를 만들어낸다. 즉 똑똑한 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아이나 어른이나 같다.
춤이 척추 뿐 아니라 모든 관절에 유익하다는 잘 알려진 사실. 세인트루이스대 과학자들은 양로원의 80세 노인 중 관절통증을 호소하는 37명을 두 그룹으로나눠 12주 동안 매주 한 두 번 씩 느린 리듬에 맞춰 45분 동안 춤을 추게 했더니 관절통 진통제 요구량이 39퍼센트나 줄었다. 이 뿐만 아니라 좀 더 빠르게 달릴 수도 있었고 춤추는 날에는 신나했다. 이는 이미 통증에 시달린다 해도 몸을 움직이는 것을 중단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작은 목표를 설정해서 달성해나갈 때 더 큰 행복감을 준다고 말하는데, 이는 춤배우는 과정과 일치한다. 스텝과 회전 등 학습경험이 쌓일 때마다 뇌의 보상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계속 성공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저자에 따르면 뇌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하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기 등이 필요한데 춤을 추면 이 세가지가 모두 일어난다,
이런 좋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춤을 추는 일은 드물고 많은 이들이 어색해한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스스로 ‘몸치’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들에 따르면 몸치는 전체 1.5%밖에 되지 않는다. 불편함은 대부분 풀로어에서 받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에서 오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남들은 그닥 관심이 없기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권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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