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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보스턴 레드삭스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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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의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5차전에서 승리한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날 다저스를 5-1로 제압한 보스턴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WS 챔피언에 올랐다. /사진=로스앤젤레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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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32]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이 끝났다. 30개팀이 1년여간 치열하게 싸운 메이저리그 최후의 승자는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30여 년 만에 우승을 꿈꾸었던 '류현진'의 LA 다저스는 또다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클레이턴 커쇼와 류현진을 앞세운 다저스가 이번에는 다를 거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싱거운 승부였다. 다저스가 3차전에서 18회 연장 끝에 극적인 승리를 차지한 것이 오히려 이변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사실 단순 지표만 봐도 보스턴의 리그 성적은 앞도적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성적은 108승54패로 승률 0.667이다. 보스턴의 승수는 전체 경기 수의 3분의 2이다. KBO 방식으로 3연전을 한다 치면 모든 경기에서 위닝시리즈(2승1패)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메리칸리그에서 100승 이상 기록한 팀은 보스턴을 포함해 3팀에 불과하다. 재미나는 것은 리그 전체 30개팀을 다 포함해봐도 3팀이다. 보스턴 외에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뿐이다. 승률 0.600을 넘는 팀 또한 이 3팀뿐이다.

반면 다저스는 힘겨운 싸움을 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와 막판까지 지구 1위냐 와일드카드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국 1경기 차이로 1위가 확정되긴 했지만, 다저스의 성적은 92승71패 승률 0.564로 내셔널리그 15개팀 중 전체 3위에 해당하고, 리그 전체 30개팀 중에서는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리그 전체 1위팀과 5위권 밖의 팀 간 맞대결이었고, 결과는 4승1패로 1위팀의 승리였다.

참고로 보스턴의 팀타율은 0.268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독보적이었다. KBO리그의 두산 베어스(0.309)나 KIA 타이거즈(0.293)만큼은 못하지만, 리그 전체에서 팀타율이 0.260을 넘은 팀은 보스턴이 유일하다. 내셔널리그 최하위 뉴욕 메츠나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비해 3푼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다저스의 팀타율은 0.250이다. 0.018의 격차는 소수점으로 표현되어서 그렇지 엄청나다. 특히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실제로 두 팀 간 월드시리즈 맞대결에서 5경기 동안 보스턴은 42개, 다저스는 34개의 안타를 생산해냈고, 그 작은 차이가 점수와 나아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

*사실 정규리그에서 팀 평균자책점에서 다저스는 3.38로, 3.75의 보스턴을 압도했고, 이는 내셔널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다저스 투수들은 보스턴 타선을 견디지 못했고, 오히려 보스턴 투수들에게 압도당했다. 확실히 최근에 아메리칸리그가 좀 더 강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야구팬들이 알다시피 보스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베이브 루스의 저주'다. 그도 그럴 것이 베이브 루스가 1918년 이적한 이후 보스턴은 86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2004년에 보스턴의 우승이 너무나 감격적이었고, 당시 보스턴이 눈물바다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베이브 루스의 저주도 있지만, 사실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에는 좋은 조건에 있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너무 강하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00승과 승률 0.600을 넘긴 팀은 총 3팀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중 2팀이 동부지구의 보스턴과 양키스다. 양키스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양키스의 승률은 내셔널리그에 있다면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3시즌 동안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는 모두 동부지구 2위팀 몫이었다.

우승 횟수에 있어서도 앞도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구(디비전) 시스템이 생겨난 1969년 이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16번의 우승팀을 배출하였다. 지금과 같은 리그당 3개 지구가 정착된 1994년 이후에는 24번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중 9번의 우승팀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이었다. 모두 보스턴과 양키스였다.

보스턴은 어찌되었건 저주를 풀어냈고, 이번 우승으로 2000년대에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 되었다. 하지만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때 '악의 제국'이자 보스턴의 영원한 라이벌 양키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인 양키스는 2009년 이후 9년째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있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여기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탬파베이 레이스 또한 만만치 않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의 너무나 치열한 경쟁이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조금은 안스러워 보이지만 우리가 '건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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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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