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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측 "김경수가 보낸 기사는 'AAA' 표시...우선 작업하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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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일당의 ‘포털 댓글 조작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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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김경수 경남지사가 보낸 기사의 댓글조작 작업을 우선적으로 했다는 증언이 29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첫 공판에서 드루킹과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내용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포털 기사 URL을 보내고, 몇 분 뒤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서 받은 것과 동일한 기사 URL을 경공모 회원들이 있는 채팅방에 전달한 정황이 담겼다. 제시된 텔레그램 캡처 화면에서 드루킹은 김 지사의 기사를 전달한 뒤 경공모 회원들에게 ‘AAA’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드루킹 측근 ‘서유기’ 박모(30)씨는 ‘AAA’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 특검팀의 질문에 "AAA 표시는 김경수 의원이 보낸 기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드루킹이) 평소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이는 우선 작업을 하라는 뜻이었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이날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 따르면 드루킹은 경공모 회원들에게 "A다 얘들아", "이거 놓쳤다, 빨리 처리해라"는 등의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씨는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사무실 ‘산채’에 기거하며 자금조달과 사무실 운영 등을 담당한 인물이다.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이 개발된 후에는 작업할 기사를 선정하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작동 방법을 교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시점도 공개됐다. 박씨는 2016년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사건 이후, 드루킹이 수백 개씩 쏟아지는 기사에 경공모 회원들의 수작업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킹크랩 개발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킹크랩은 발이 여러 개인 게처럼 ‘여러 사람이 작업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드루킹이 만난 자리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박씨는 2016년 6월 당시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김 지사에 소개해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송인배의 주선으로)산채에서 드루킹을 모시고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가서 김경수를 만났다"면서 "드루킹은 자신을 김 지사에게 경공모 대표라고 소개했다"고 했다.

박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경공모의 ‘공’자(字)가 한자로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드루킹은 "함께할 공(共)자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드루킹으로부터 경공모에 대해 간단히 소개받고,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30여분 나눴다고 한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 진행 전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 공경모 일당이 작성한 노트 등을 증거로 들며 "드루킹이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술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통의 변호사를 통해 전달된 지시에 따라 공범들도 허위 내용을 진술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단 해당 증거에 대해서는 성립 자체가 문제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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