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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神`들이 없는 엘 클라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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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29] 엘클라시코는 세계 최고의 축구 더비, 달리 말하면 라이벌 매치다.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1902년 5월 13일에 처음 만났다. 결과는 바르샤의 3대1 승리였다. 두 팀이 프리메라리가에서 만난 것은 그로부터 27년이 훌쩍 지난 1929년 2월 29일, 장소는 바르셀로나였다. 그렇게 역사는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두 팀은 공식과 비공식전을 합쳐 260번이 넘는 '전쟁'을 치렀다. 공식 경기 기준으로 238번째 경기를 마친 현재 두 팀 간 통산 성적은 95승50무92패로 레알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다.

레알과 바르샤 간 더비가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클럽이라는 점을 꼽는다. 바르샤는 리그에서 25번, 국왕컵에서 30번 등 총 73번 우승하였고 레알은 리그에서 33번, 국왕컵에서 19번 등 자국대회에서 총 64번 우승하였다. 두 팀의 기록은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리그)의 다른 팀들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여기에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의 역사적·지리적 라이벌 의식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엘클라시코가 더 특별한 이유는 이들이 스페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축구 팀이라는 점이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클럽축구 대항전이라 평가받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은 13번, 바르샤는 5번 우승하였다. 스페인은 UCL에서 총 18번 우승하며 이탈리아와 영국(이상 12회)을 압도적으로 제치며 통산 최고 우승 클럽 배출국이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우승이 이 두 클럽으로부터 나왔다. 최근 10년에 한정해 보면 두 클럽의 위력은 더욱 대단하다. 레알이 4번, 바르샤가 3번 등 10번의 UCL 우승 중 7번이 이 두 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이 두 팀이 왜 특별한지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 두 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른 지역 라이벌 매치는 꽤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측면에서 엘클라시코는 특별하다.

하지만, 엘클라시코가 더욱 더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두명의 '신'이 있어서다. 호날두와 메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다. 올 시즌 모드리치가 차지하기 전까지 지난 10년간 올해의 선수상(발롱도르 포함)은 이 둘의 몫이었다. 둘은 사이 좋게 정확히 5번씩 수상했다. 팬들은 이들에게 '신'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엘클라시코에 호날두와 메시가 같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1월이었다. 2009년 6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루었던 호날두는 레알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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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ealmadri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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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은 역사적인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이후 올해 5월까지 9년 동안 레알과 바르샤도, 호날두와 메시도 그야말로 치열하게 싸웠다. 9년간 18번의 라리가 엘클라시코에서 둘은 모두 출장했다. 단 1경기도 빠지지 않고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0승4무4패로 바르샤가 우세했다. 메시는 기간 중에 한 번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12골을 넣었다. 호날두는 9골을 넣었다. 메시와 호날두는 역대 엘클라시코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1·2위에도 차례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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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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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서는 메시와 바르샤가 앞서 있지만, 다른 경기들에서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리그 18번 외에 두 팀은 기간 중 스페인 국왕컵에서 6번, 스페인 슈퍼컵에서 6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번 등 총 14번의 공식 경기를 했는데, 6승4무4패로 레알이 조금 더 잘했다. 개인 기록 또한 호날두가 9골을 기록하며 메시(8골)에게 다소 앞서 있다.

*총 32번의 엘클라시코에서 두 선수는 퇴장 및 부상으로 각각 2경기씩만 결장했다. 두 명 모두 결장한 엘클라시코는 단 1경기도 없었다.

데이터에서 알 수 있듯이 두 '팀'과 두 '신'은 막상막하였다. 세계 최고의 더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축구 팬들은 이 들의 맞대결에 환호했다. 239번째 공식 엘클라시코가 한국시간으로 29일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바르샤의 홈인 캄노우에서 아주 낯선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호날두와 메시 두 신이 없는 엘클라시코는 상상해 보았는가? 엘클라시코에서 특히 리그에서 둘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 출전하고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9년간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이 둘에게도 엘클라시코는 특별했고, 아픔을 참고 뛰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레알을 떠나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팀을 옮겼다. 외롭게 엘클라시코를 지키며 이 날을 지배할 줄 알았던 메시는 경기 불과 일주일여를 남기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이제 우리는 호날두 없는 레알과 메시 없는 바르샤가 붙는 엘클라시코를 보게 될 것이다. 너무나 익숙했던 최고의 장면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순간들을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하며 다시 안 올 지난날을 그리워할 것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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