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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첫방①]"헤어짐의 방법"…'최고의 이혼', 결혼에 던진 발칙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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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

지난 8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연출 유현기/ 극본 문정민)이 던지는 이 물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리겠다고 예고했던 ‘최고의 이혼’은 첫 방송부터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랑은 무엇이고, 결혼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치며 강휘루(배두나 분)가 호쾌하게 던진 부메랑이 나뭇가지에 걸쳐 돌아오지 않을 때, 어쩌면 ‘최고의 이혼’은 이미 이 질문에 답을 던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식은 사랑은 털어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조석무(차태현 분)는 참으로 까칠한 남자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화장실을 정리하고, 아무렇게나 지저분해진 주변을 정리한다. 그는 오롯하게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오랜 결혼 생활을 지내오면서 강휘루와 함께 사는 집은 그저 그에게는 자신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강휘루의 삶은 정반대다. 소파에 누워 양치를 하고, 정리하기보다 주변을 어지르는데 바쁘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강휘루에게는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조석무와 강휘루는 함께 사는 공간에서 조차 합일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전혀 다른 기질의 인물들이었고, 그러니 매일의 일상은 삐걱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정리한 공간을 어지르는 강휘루를 바라보며 조석무는 한숨을 내쉬고, 집에서 조차 온전히 자신의 공간도 가지지 못하는 강휘루는 숨이 턱턱 막히는 지경. 분명 두 사람에게도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있었으나, 이미 그 사랑은 차갑게 식어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것 또한 조석무 만의 생각. 여전히 강휘루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석무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미 떠난 마음을 붙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간섭과 짜증은 나날이 늘어갔다. 그 상황에서 과거 사랑했던 여인까지 만났으니 조석무의 마음이 바람에 휩쓸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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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최고의 이혼' 포스터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조석무 만의 잘못이라고는 하기에는 애매하다. 조석무는 분명 다른 방식의 사랑을 강휘루에게 요구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방식과는 다른 사랑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이들의 사랑이 식고, 결혼 생활이 팍팍해지는 건 두 사람의 너무나 다른 기질 차이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조석무는 이 결혼 관계를 단순히 ‘책임’으로 생각하게 됐고, 강휘루는 벗어나고픈 감옥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 이유 때문에서일까. 결혼 생활에 대한 청산을 먼저 요구한 인물 또한 결혼을 ‘책임’으로 무마하려는 조석무가 아닌 갑갑한 생활에서 벗어나고픈 강휘루였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든 결혼은 최악이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이혼’은 단순히 결혼을 책임으로 돌리고, 감옥이라 생각하면서도 이어가려고 하는 아둔함에 대해서 얘기한다. 식어버린 사랑을 안고 있는 것만큼의 아둔함.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평생 모를 거다. 그만할래. 이제 당신 필요 없어. 개운하다”라고 말하며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강휘루는 조석무가 잊고 있었던 ‘헤어지는 방법’을 다시금 복기시킨다.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희망이 아닌 식어버렸다면 털어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던져주는 ‘최고의 이혼’의 첫 방송이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며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한국의 상황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우려하게 만들었던 ‘최고의 이혼’. 하지만 이처럼 ‘최고의 이혼’은 첫 방송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뚜렷하게 전달해내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토록 건조한 드라마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쟁 드라마들은 사랑에 빠져 달콤함을 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최고의 이혼’. 이 현실의 이야기가 과연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될까. 분명한 건,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자 했던 목표를 첫 방송부터 확실하게 이루어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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