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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대역 없이 소리…98% 소화” 김태리, 여성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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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9.97점의 웹툰 ‘정년이’ 드라마로

0순위 김태리부터 신예은·라미란 등 출연

헤럴드경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tvN 드라마 '정년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미란,김윤혜, 김태리, 정은채, 신예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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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년이’ 웹툰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 주인공이랑 제 얼굴이 겹쳐 보이고, 글이 제 목소리로 읽히는 거예요. 원작 주인공이 저를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전해 들었어요.”

네이버 평점 9.97점, ‘정년이’는 공개와 동시에 MZ 여성 독자를 완전히 사로잡은 웹툰이다. 작품은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여성 국극을 소재로 시대를 살아냈던 여성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다. 오래도록 독자들 사이에선 ‘가상 캐스팅’이 화제였다. 이 웹툰이 실사화된다면 주인공은 당연히 김태리여야 하나 한다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웹툰의 원작 작가는 주인공 윤정년의 캐릭터를 김태리가 출연한 영화 ‘아가씨’의 숙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역사는 만들어졌다. 김태리는 tvN 드라마 ‘정년이’에 올라타 지난 1년여간 소리와 토속적인 목포 소리를 몸소 익히며 완벽한 윤정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시청자와 만날 김태리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간은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직후. 천생 소리꾼으로의 목을 타고난 소녀 윤정년이 당대 최고의 여성국극단에서 입단하며 소리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드라마에선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소재다. 김태리는 “여성국극이라는 이 신선한 소재가 왜 한 번도 드라마가 되지 않았나 의아하기도 했는데,알고 보니 너무 힘들어서였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며 “소재가 신선했고, 이야기 안에 담겨 있는 깊이 있는 관계들에 끌려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년이’는 이미 웹툰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 3월엔 국립창극단에서 먼저 이 웹툰을 무대화해 큰 사랑을 받았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인 이소연 조유아는 나란히 정년이 역할을 맡아, 웹툰으로는 상상만 했던 천재소리꾼 윤정년의 소리를 생생한 라이브로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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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오른쪽), 신예은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tvN 드라마 '정년이'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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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정지인 PD는 “지난해 배우들과 창극 ‘정년이’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공연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면들, 드라마로는 따라할 수 없는 장면들, 경지에 이른 분들이 보여주는 무대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고심했다. 드라마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해 연출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장점을 십분 살며 무대가 소화하지 못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것도 두 장르의 차이다.

김태리는 당대 최고의 소리꾼이 되기 위해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소리 공부에 들어갔다. 그는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소리 수업을 시작했고, 이전 드라마 촬영이 끝나자마자 무용과 전라도 사투리, 무대 연기 등을 연습했다”며 “정말 힘들었지만, 행복하게 준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작품만의 화법과 배우들만의 얼굴로 (색다르게) 표현했으니 원작 팬들도 재밌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김태리는 대역 없이 모든 소리를 소화한다. 김태리가 소리를 해내는 비중은 무려 98%. 나머지 2%는 음향 보정작업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정년이’가 그리는 시대는 1950년대이나 이 웹툰이 MZ 여성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불합리와 편견, 시대의 벽에 맞서 경쟁하고 성장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정지인 감독은 “원작이 그려낸 여성 서사와 메시지를 그대로 가져왔다”며 “다만 조금 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각색을 거쳤다”고 밝혔다.

‘소리 DNA’를 안고 자라 우연찮게 서울의 여성국극단인 매란국극단에 입단하게 된 정년은 ‘국극단의 왕자님’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는 옥경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모두의 미움을 산다. 최고의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자신 앞에 높인 시련을 마주하는 정년의 성장기는 배우들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였다. 김태리는 “인물의 외형적 묘사뿐 아니라 배우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부분에 있어 많은 공감이 됐다”고 귀띔했다.

정년이의 라이벌을 연기하는 신예은은 “영서라는 인물과 제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서 확신을 갖고 작품에 참여했다”고 밝혔고, 정년의 스승인 라미란은 “여성국극단의 공연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점이 저희 드라마만의 뚜렷한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다만 시작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웹툰에서 정년의 1호 팬이자 그의 성장을 응원하는 조력자이며 퀴어 서사를 그린 부용 캐릭터를 삭제, 원작 팬들 사이에서 원성이 컸다.

정지인 감독은 “12부작이라는 회차 안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며 “가장 큰 주제로 잡아야 할 것이 무엇일지 원작 작가님과 상의한 결과 주인공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용이를 삭제하게 돼서 저도 아쉽지만, 그만큼 국극단과 각 캐릭터의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었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부용이가 가진 팬, 퀴어 코드, 주체적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른 인물들을 통해 녹여냈다”고 밝혔다.

‘정년이’는 오는 12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송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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