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발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증가세도 15%를 넘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 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주목된다. 향후 업황 부진 등에 맞닥뜨리면 대출부실 위험이 경제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549조2000억원) 대비 41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DB(약 100만명)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그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15.6%에 달했다. 지난해(14.4%)보다 확대됐다. 문재인정부의 대출 규제에 지난해 이후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과는 다른 기류다.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억50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보다 제2금융에서 빌린 정도가 커졌다. 제2금융권에서 빌린 자영업자 대출은 현재 183조원 규모인데, 2분기 증가율은 2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12.9%)보다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상호금융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까지 상승했다. 2013년 당시에는 167% 정도였다.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규모(DSR) 역시 2013년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기준 42%에 달했다.
업종별 대출 비중을 보면, 부동산업(임대업 포함, 40.9%)이 가장 컸다.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 제조업(7.9%)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급증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 수는 2014년 46만호 정도였지만, 2분기 현재 116만호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창업 증가도 한 원인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14년 말 20.7%에서 2분기 현재 24.2%로 증가했다. 3.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1.8%포인트)와 50대(-2.9%포인트)의 대출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향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과다 채무 보유자,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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