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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웅희의 야담농담]새 외인 100만달러 제한, 실효 거둘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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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29일 잠실 한화전에서 2-1로 앞선 6회 박세혁 포수가 2루 견제로 아웃카운트를 잡자 환호하고있다. 2018.07.29.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새 외국인 선수 몸값 총액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타고투저 흐름 속에 리그 수준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계약 외국인 선수 몸값 폭등, 편법 이면계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몸값 상한선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O는 지난 11일 “외국인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를 위해 신규 외국인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결정 사안인 만큼 각 구단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뜻을 모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전처럼 이면계약이 넘쳐날 것이라는 지적에도 KBO는 국세청을 통해 실수령액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어기는 구단에 1라운드 지명권 박탈과 함께 제재금 10억원이라는 중징계도 내릴 계획이다.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한선이다. 옵션과 계약금, 인센티브까지 합쳐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 이내의 선수를 데려와야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LG 류중일 감독 등 사령탑들은 “그 돈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겠는가”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경우 이적료만 1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 달러 이내의 돈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이 리그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이유다.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 ‘구관(舊館)’에 구애의 손길이 쏠릴 수 있다. 100만 달러도 안 되는 선수를 데려와 모험을 하느니 검증된 선수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구단이 100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올시즌을 마치면 외국인 선수를 바꿔야하는 하위권 팀들이 많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뛰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뛰던 기존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껑충 뛸 수 있다.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잘하고 있는 기존 외국인 선수를 놓칠 수 없는 팀들은 ‘갑’보다 ‘을’이 될 수 있다. 새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다 오히려 데리고 있는 선수의 몸값을 더 지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나름의 안전장치는 있다. 구단이 보유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면 보류선수로 묶어둘 수 있다. 그러면 다른 팀에서 뛸 수 없어 한국 무대를 떠나야 한다.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선수를 위해 방출을 하더라도 방출과 함께 신규 선수로 분류돼 타 팀에서 뛰더라도 그 해 1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이면계약의 가능성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늘 그렇듯 교묘하게 피해가는 편법과 꼼수가 또 나올 수 있다. 첫 시즌 100만 달러 이내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두 번째 시즌 몸값을 확 올려주는 식의 이면계약을 맺으면 KBO의 첫 시즌 상한선 제한을 피할 수 있다. 선수는 2년 연봉 총액을 통해 첫 시즌 적은 연봉을 보장받는 식이다. 연차별 연봉 인상폭 제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KBO리그는 단년계약이 원칙이지만 2년, 거액 보장 이면계약을 통해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려는 팀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KBO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제도를 정했고 일단 제도를 시행해본 뒤 뒤따르는 부작용에 따라 수정,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터지고 사후약방문처럼 또 새 정책을 또 ‘뚝딱’ 내놓으려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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