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희망과 과제
코스타리카 상대 가능성 입증
칠레엔 고전…실리 전술 필요
“문제 보완해 10월 우루과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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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가 9월 첫 출항에서 꺼낸 ‘지배 축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희망과 함께 적지 않은 과제도 남겼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빌드업을 꾀해 상대를 압도하는 새 전술은 분명 매력적이다. 공격과 수비의 구분 없이 후방부터 시작되는 과감한 패싱과 밀도 있는 압박은 강력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49)은 “(지배 축구가) 우리 팀의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며 “우리 선수들이 이 축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축구를 추구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은 지배 축구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이 32위인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유효 슈팅을 단 1개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축구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기술자’들이 살아날 토양을 마련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지배 축구의 한계도 확인했다는 점이다. 똑같은 전술을 꺼낸 11일 칠레전에선 전반에만 볼 점유율에서 22-78로 열세를 보이는 등 거꾸로 상대에 지배당했다. 남미 챔피언 칠레(12위)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빌드업은커녕 백패스만 남발한 채 고전했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과 압박, 탈압박 능력이 상대에 미치지 못해 생긴 일이다.
벤투 감독은 칠레와 0-0으로 비긴 직후 “우수한 선수와 경험이 많은 선수가 있는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강팀을 상대로는 적용이 어려운 전술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이 지배 축구를 고집한다면 볼 점유율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적인 전술을 더하는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벤투 감독도 칠레전 후반에는 빌드업을 간결하게 다듬으면서 측면의 빈 공간을 노리는 변화를 줬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아직 한국 축구를 파악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칠레전에서 확인한 과제를 10월 우루과이전에서 해결해야 지배 축구를 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벤투 감독은 신뢰하지만, 새 전술에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강팀을 상대로는 경기 운영을 조금 더 영리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을 몸에 익히려면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혼재하고 있다.
손흥민(26·토트넘)은 “감독님의 말처럼 우리 팀에 능력있는 선수들이 충분히 있다”며 “훈련부터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골키퍼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도 “감독님이 전방에 가기도 전에 끊기는 것에 아쉬움을 내비쳤다”며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공격 루트를 찾아내는 눈썰미와 기술, 이 전술을 활용할 수 있는 조직력도 쌓아야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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