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베트남의 히딩크’로 거듭난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박 감독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이른 시간에도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더불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올 1월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의 준우승 신화를 이끈 그는 최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4강 진출 업적을 달성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단숨에 축구 영웅으로 거듭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을 잘 따라준 덕분”이라며 “아시안게임 기간 한국 국민들이 베트남 축구에도 성원을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당분간 국내에서 쉬다가 이달 말 국제축구연맹(FIFA) 초청으로 러시아 월드컵 기술세미나에 참석한 뒤 하노이로 돌아간다. 내달엔 대한축구협회 협조를 얻어 베트남축구대표팀을 이끌고 파주NFC에서 열흘간 전지훈련 할 예정이다. 11월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인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준비 일환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귀국 소감은.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조국에 오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기간 국민들이 베트남 축구에 성원 보내주셔서 고맙다.
- 베트남 내 열기가 대단하다. 올 1월 (중국에서 열린) U-23 챔피언십 준우승 때와 또 달랐을 것 같다.
메달을 따진 못했기 때문에 중국 대회보다 정부에서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도 베트남 국민이 너무나 반겨주셨다.
-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베트남에서 작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는데 사실 부담스럽다.
- 아시안게임 4강 성적을 두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우리나라 4강 신화와 비교한다.
그런 느낌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생각으로 했다. 메달은 못 땄지만 내가 알기론 50년이 넘는 세월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조금이나마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나 싶다.
- 선수들 발 마사지 해주는 영상이 눈길을 끌었는데.
사실 내가 동영상 사이트 등은 잘 못 본다. 이게 기사거리가 되는지도 몰랐다.(웃음) 의무진이 2명 밖에 없어 손이 모자르다. 경기나가는 선수가 혼자하고 있어서 내가 해줬다. 그 친구가 찍어서 사이트에 올린 것 같은데, 많이 혼냈다.
- 현지에서 감독을 향한 애정을 느끼나.
언어소통이 안 돼서 신문을 못 본다.(웃음) TV에 많이 나오는 건 알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서 느낌은 알고 있다.
- 베트남 사령탑에 부임한지 11개월이다. 단기간에 성적을 낸 원동력은.
10월 25일이면 만 1년이 된다. 중국 대회부터 아시안게임까지 나 혼자 힘으로만 감당하긴 어려웠다. 이영진 수석코치처럼 한국인 코치와 베트남 코치 등 스태프가 최선을 다했다. 또 선수들이 내가 추구하는 점을 합심해서 잘 따라준 결과다.
- 국내 일정은.
(국제축구연맹 기술세미나 초청을 받아서)21일께 영국에 갈 예정이다. 그리고 하노이로 다시 넘어간다.
- 11월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이 열리는데.
베트남 V리그 경기를 지속해서 봤기 때문에 선수 파악을 다 돼 있다. 10월 1일에 35명 출전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다.
- 어제 다른 동남아 국가 감독과 비교하면서 박 감독의 대우가 열악하다는 보도가 화제를 뿌렸는데.
(웃으며)베트남에서 선수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연봉 문제는 크게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 베트남이 우리와 비교해서 가진 장점이 있나.
한국 축구와 비교할 순 없다. 다만 베트남 나름대로의 길이 있다. 선수간의 단결심이 강하고 목표의식 굉장히 강하다. V리그가 함께 하려는 의지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나름대로 민첩성이나 짧은 패스 등 장점을 갖고 있다.
‘2018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 베트남과 UAE의 경기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베트남 팬들이 박항서 감독 사진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보고르(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 10월 파주NFC에서 베트남 대표팀이 전지훈련한다던데.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스즈키컵 대비 차원에서 협조를 구했다. 마침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아마 10월 17일부터 열흘 정도 파주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K리그 경기가 있어 1.5군이나 이런 팀과 두 차례 비공식 경기 하고 돌아갈 예정이다.
- 스즈키컵이 동남아에서 가장 큰 대회다. 베트남 축구에 대해 기대가 커졌는데.
가면 갈수록 기대가 커진다. 사실 아시안게임은 베트남에서 기대한 대회가 아니다. 그러나 기대 이상 성적을 거뒀다. 스즈키컵은 정말 중요한 대회인데, 베트남 국민 기대가 당연히 크다. 부담되나 걱정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이것도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
- 아시안게임 4강 기대 이상의 성적인데.
대회 나가기 전에 베트남 문체부 장관과 미팅했다. 장관께서 아시안게임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더라. 베트남 언론도 아시안게임에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다.
- 민관 외교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독 덕분에 한국인 이미지가 좋아졌는데.
내가 축구하는 것으로 그런(외교관) 역할이 되겠나. 난 축구 밖에 모른다. 어쨌든 항상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베트남에서 축구 감독으로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 감독 덕분에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것 같은데. 조언 해준다면.
나보다 유능한 지도자가 한국에 많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도전 기회가 온다면 추천하고 싶다. 도전은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 도전을 해봐야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는 거 아니냐. 한국에서보다 의미를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도자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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