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돌아온 야구 대표팀
금메달 땄는데도 야구팬 시큰둥
대만에 진 데 이어 일본에도 고전
오늘부터 프로야구 다시 시작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대만에 지고, 실업야구 선수 위주의 일본과 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한 야구 대표팀은 1등을 하고도 환영받지 못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선수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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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은 3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도, 환영 인파도 없었다. 비슷한 시간 입국해 큰 환영을 받은 축구대표팀과는 대조를 이뤘다. 선동열 감독과 선수들은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바로 해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아 조용하게 귀국 행사를 끝냈다”고 전했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본을 3-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3연속 금메달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인 대만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진 데 이어 실업(사회인)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에도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KBO리그 최정예 선수 24명을 선발했고, 2주간 리그까지 중단했다. 주장 김현수(LG)는 귀국 인터뷰에서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핑계”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야구 대표팀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까지 포기한 박해민(삼성)·오지환(LG) 등 군 미필 선수들이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할 처지였다. 더구나 일부 대표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팬들의 비난은 거세졌다. 일부 팬들은 “은메달을 기원한다”며 야유를 퍼부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인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파장이 크진 않았다.
우승을 차지한 야구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원태, 함덕주, 이정후, 김하성, 박민우, 박해민, 오지환, 최충연, 박치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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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수들은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3일 입국한 에이스 양현종(KIA)은 “선수들끼리 ‘금메달을 따도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금메달을 따고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아서 힘이 빠졌다. ‘우승을 못 했더라면 어땠을까’란 무서운 상상도 해봤다”며 “우승하고 휴대폰을 통해 기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댓글은 보지 않았다. 무서워서 차마 클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오지환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는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다른 종목처럼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기술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나오는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선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를 선발했다. 대만과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군 미필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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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김원 기자,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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