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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고개 숙이고 귀국한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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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돌아온 야구 대표팀

금메달 땄는데도 야구팬 시큰둥

대만에 진 데 이어 일본에도 고전

오늘부터 프로야구 다시 시작

중앙일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대만에 지고, 실업야구 선수 위주의 일본과 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한 야구 대표팀은 1등을 하고도 환영받지 못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선수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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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금메달이다. 그들은 금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의 귀국길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야구 대표팀은 3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도, 환영 인파도 없었다. 비슷한 시간 입국해 큰 환영을 받은 축구대표팀과는 대조를 이뤘다. 선동열 감독과 선수들은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바로 해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아 조용하게 귀국 행사를 끝냈다”고 전했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본을 3-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3연속 금메달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인 대만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진 데 이어 실업(사회인)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에도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KBO리그 최정예 선수 24명을 선발했고, 2주간 리그까지 중단했다. 주장 김현수(LG)는 귀국 인터뷰에서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핑계”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야구 대표팀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까지 포기한 박해민(삼성)·오지환(LG) 등 군 미필 선수들이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할 처지였다. 더구나 일부 대표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팬들의 비난은 거세졌다. 일부 팬들은 “은메달을 기원한다”며 야유를 퍼부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인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파장이 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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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야구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원태, 함덕주, 이정후, 김하성, 박민우, 박해민, 오지환, 최충연, 박치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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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은 압도적인 우승으로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1-2로 패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병호(넥센)는 “첫 경기 대만전을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임한 게 사실이다. 대만전 패배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를 15-0(5회 콜드게임승)으로, 28일 홍콩을 21-3으로 물리쳤으나 두 팀과 실력 차가 워낙 많이 나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수퍼라운드에 들어와 선수들의 컨디션과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지난달 30일 일본전에서 5-1로 승리했고, 31일 중국을 10-1로 물리치며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3일 입국한 에이스 양현종(KIA)은 “선수들끼리 ‘금메달을 따도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금메달을 따고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아서 힘이 빠졌다. ‘우승을 못 했더라면 어땠을까’란 무서운 상상도 해봤다”며 “우승하고 휴대폰을 통해 기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댓글은 보지 않았다. 무서워서 차마 클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오지환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는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다른 종목처럼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기술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나오는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선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를 선발했다. 대만과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군 미필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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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쉬었던 KBO리그는 4일 재개된다. 리그 종료까지 팀당 많게는 34경기, 적게는 2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상 1위를 굳힌 두산을 제외하고 순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2위 SK와 3위 한화는 불과 1.5경기 차다. 4위 넥센 역시 3위 한화를 3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싸움이 가장 치열하다. LG, 삼성, 롯데, KIA가 촘촘히 몰려있다. 5위 LG와 8위 KIA의 승차는 2.5경기에 불과하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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