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외 발전사업 진출 / 후쿠시마 원전 폭발 계기 인식 전환 / 2014년 ‘수소사회 실현 로드맵’ 수립 / 해외 미사용 에너지로 수소 제조 구상 / 中, 2월 ‘수소차 굴기’ 선언 / 수소에너지·연료전지 혁신연합 구성 /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으로 도약 박차 /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업체 30개 넘어 / 韓, 있던 ‘로드맵’도 사라져 / 2005년 노무현정부 ‘마스터 플랜’ 마련 / 정권 바뀌며 자취 감추고 예산도 중단 / 현대차서 수소차 개발하며 명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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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로서 수소의 가능성은 발견된 지 오래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 차량 이전에 먼저 활용된 곳이 우주 산업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문제가 인류의 해결 영역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주요국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수소 생산, 운송, 저장·충전 및 활용 관련 기술 역시 혁신을 거듭하며 경제적 타당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다. 석유 대신 수소가 주 에너지로 사용되는 사회를 말한다. ‘화석경제’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대안 개념인 것이다. 이미 주요국은 독자적인 수소경제 사회 패러다임을 구축해 산업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 처음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지만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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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뛰는’ 중국
“세계 최초로 수소사회를 실현시키겠다.”(2017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은 수소 패권을 잡기 위해 질주 중인 대표적인 나라다. 배경은 ‘절박함’이다. 2011년 3월 지구 축을 흔들어놓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란 참사를 겪으면서 일본 사회의 원전에 대한 인식은 송두리째 바뀐다. 국가 전력원을 원자력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경제 사회를 선언한 것이다. 2013년 12월 경제산업성(METI)이 ‘수소·연료전지 전략 협의회’를 설립한 데 이어 2014년 6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이 마련됐다. 2050년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을 염두에 둔 세부 실행 전략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 이용의 비약적인 확대(1단계)를 발판으로, 해외로부터의 대규모 수소공급시스템을 구축(2단계)한 이후 ‘CO₂Free(0)’ 수소 공급시스템을 확립(3단계)한다는 것이다. 목표치를 보면 2020년까지 수소차 4만대, 충전소 160개소가 보급된다. 가정·수송용 연료전지부터 확대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는 해외에서 미사용 에너지로 수소를 제조, 운송, 저장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사우디 200GW 태양광발전 사업이 그 일환이다. 호주에선 우리나라 면적 5배 이상 되는 필바라 지역에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 지역 50분의 1(1만㎢)에만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해도 500GW란 막대한 전기가 생산된다. 한국형 원전(1400㎿) 357기 용량이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분해는 대표적인 수소 생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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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 시점이 되면 수소 공급가격이 액화천연가스(LNG), 휘발유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2040년엔 탄소포집장치(CCS)와 재생에너지를 활용, 수소생산 과정에서의 CO₂ 발생까지 아예 차단하는 ‘궁극의 친환경 수소사회’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해외 각지에서 수소를 생산해 △수소를 연료로 추진하는 선박 등 친환경 수단으로 수소를 운송하고 △공장, 가정 등에서 활용하며 △차량, 철도 등 모든 이동수단이 수소를 이용하는 사회가 그려진다.
중국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극심한 환경오염이 수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할 에너지 대안으로 지목한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충전소 1000개소 보급’이란 도전적인 목표부터 세운 뒤 관련 법령과 정책을 정비 중이다.
“중국은 수소차 분야에서 글로벌 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 지난 2월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연합’ 출범식에서 중국 산업·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먀오웨이(苗?)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이 이른바 ‘수소차 굴기(?起·우뚝 일어섬)’를 선언했다. 내연기관을 과감히 포기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이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이 되겠다는 새 목표를 내건 것이다. 중국은 우선 베이징, 상하이, 허난성, 광둥성, 장쑤성 등 대도시 위주로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만 30개가 넘는다. 현대·기아차그룹 한 곳이 개발 중인 우리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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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도 없는 한국
우리 정부 안에서 수소경제가 처음 언급된 건 2005년 3월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투싼 수소차를 500m가량 시승하고, 이어 열린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 ‘친환경 수소경제 전환 계획’이 보고됐다. 같은 해 9월엔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란 종합계획도 발표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가 ‘2030 수소경제이행 비전(로드맵)’을 마련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표되면서 우리 역시 수소경제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로드맵은 정권이 바뀌면서 자취를 감췄다. 2009년부터는 예산 지원도 사라졌다. 시장성이 없는 미래 기술 개발은 ‘과제’ 형태로 정부 지원을 받는데 이마저 없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연료전지가 퇴출당한 영향”이라며 “전 세계 연료전지 기술이 위기를 맞은 시절”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에서 현대차그룹과 협력사들이 연료전지, 수소차 개발로 수소경제 명맥을 이었다. 정몽구 회장이란 한 기업인의 확신이 정책 공백기를 메운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확고한 비전, 전략, 로드맵이 부재한다’는 지적이 높다. 2021년부터 이행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이어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수소에너지가 빠진 점은 대표적인 사례다. 늦었지만 정부는 연내에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5년 단위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 연말 수립 예정인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이를 명시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안도 여럿 제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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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소가 뭐기에 석유를 대체?
수소는 친환경성, 저장·운반 가능성, 생산 및 소비의 유연성을 갖춰 석유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를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다. 압축, 액화할 수 있고 암모니아로 만들 수 있는 등 기체·액체·고체 등 모든 형태로 저장·운송이 가능하다. ‘에너지 저장체’ 역할뿐 아니라 수력·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불규칙한 생산)도 보완할 수 있다. ‘소비’ 과정에서도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 화석연료처럼 유한하지도,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지도 않다. 한 전문가는 “수소차, 충전소 보급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석유자원 고갈, 글로벌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로서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민간 참여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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