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승우(왼쪽)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전반 7분 왼발로 선제골을 넣은 뒤 질주하며 포효하고 있다. 주장 손흥민이 기뻐하며 함께 뛰고 있다. 한국은 이승우의 멀티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보고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자축구 준결승 진출을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조국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한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29일 한국에 1-3으로 패배한 후 “이제 목표는 아시안게임 베트남 최초의 메달”이라며 다시 투지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을 베트남 축구협회에 추천해 대표팀 감독으로 만든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 후 박 감독과 통화를 했다며 “경기(한국전) 관련된 내용은 깊게 통화 안했다. 다음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박 감독의)목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꼭 최초로 메달을 따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의 준결승에 대해 “(베트남 선수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고 있는 손흥민, 이승우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서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경기 시작부터 위축된 플레이를 많이 했다”며 “박항서 감독 같은 경우 하프 타임 때는 특별히 말한 건 없었지만 이영진 코치가 강하게 ‘우리가 왜 그렇게 위축되느냐’ ‘왜 그렇게 플레이를 하느냐’라고 크게 다그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 것에 대해선 “확실한 건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는 UAE 선수들한테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동북아시아는 일본이나 한국 선수들을 약간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번(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이라크도 이기고 카타르도 이기고 그런 것처럼 일단 중동 선수들을 만나면 두려워하지 않는 기본적인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베트남에서는 박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박 감독이 K리그에서 거의 퇴출된 상태였기 때문.
이 대표는 “협회 내에서도 좀 이래도 되냐 하는 갈등도 사실 좀 있었고, (베트남에)들어가고 나서도 기사에서 ‘우리는 더 좋은 유럽의 감독을 모셔올 줄 알았는데 왜 이런 한국에 있는 감독을 모셔왔냐’ 등의 비난의 목소리들이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에는 300명 정도의 지원자가 몰린 상황이었다고. 이 대표는 이에 “(박 감독이)아시아게임에서 동메달 경험이 있고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어필했다. 두 번째는 아시아라는 방향을 설정해 아시아 명장을 뽑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인과 박 감독이 마지막 최종 후보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일본인의 사실 콧대가 좀 더 높았다고 생각이 든다. 느낌상. 그리고 그들(베트남 축구협회)이 원하는 건 10월에 시작하자는 건데 일본인은 1월 달부터 할 수 있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특히 박 감독의 작은 키와 친근한 이미지 등을 내세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의) 키가 작았던 것, 크게 되게 큰 포인트였다. 베트남 선수들 자체가 키가 작기 때문에 플레잉 스타일을 적용하고 이용하는 데 키 작은 선수 출신의 감독이 잘한다는 내용의 소통을 대놓고 했다”며 “박 감독도 직접 ‘나는 그걸(키 작은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안다’고 어필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M-150컵’에서 라이벌 태국을 10년 만에 격파하면서 베트남인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어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본격적인 ‘박항서 열풍’을 일으켰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사상 첫 4강으로 이끌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을 파파라고 한다. 별명이 아빠”라며 박 감독에게 ‘아빠’ 이미지의 광고도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트남 축구협회가 저한테 대놓고는 얘기 안 하지만 그냥 ‘너무 잘 소개시켜 줘서 고맙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감독 덕에 베트남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많은 교민들이 저랑 감독님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지만, 항상 마지막 말에 ‘감독님 덕분에 제가 여기서 어깨를 피고 삽니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이 처음에 부임 연설할 때 연설문에서 썼던 내용들이 지금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입히겠다는 건 당연한 얘기고, 마지막에 자신이 작지만 축구의 지식을 통해서 양국간의 교량 역할을 하겠다,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양국간의 우호 증진을 하겠다, 이런 내용들을 말했었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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