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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두 골 빛난 이승우…대한민국, ‘박항서 매직’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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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아시안게임]축구 준결승 한국-베트남 2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이승우 첫번째 골.한국-베트남경기. 보고르=김동주기자.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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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이 멈췄다. 조국 한국이 마법의 행진을 막아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웠다. 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4강전에서 베트남을 3-1로 꺾었다.

동갑내기 황의조-손흥민의 ‘황손 콤비’와 겁 없는 신인 이승우가 빛났다. 전반 28분 이진현(포항)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토트넘)은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는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힐끗 쳐다본 뒤 베트남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히 깨뜨리는 패스를 찔러줬다. 이 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베트남 수비진을 얼어붙게 만드는 한국의 두 번째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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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축구 준결승 한국-베트남 2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황의조 두번째골한국-베트남경기. 보고르=김동주기자.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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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황급히 작전판을 꺼내 전술을 수정할 정도로 상대의 경기 흐름을 완벽히 깨뜨린 골이었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숙소에서 함께 춤을 추며 우정을 쌓았던 둘은 9년 뒤 와일드카드의 중책을 맡고 아시아경기에서 출전해 환상적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손흥민의 도움 2개를 모두 골로 연결했던 황의조는 이날도 손흥민의 패스를 득점으로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황의조가 놀라운 득점 리듬을 유지한 덕분에 우리가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대회 9호 골을 기록해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그는 황선홍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세운 최다골 기록(11골)에 2골 차로 다가섰다. 한국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덕분에 황의조와 손흥민은 각각 후반 14, 27분에 교체돼 물러나며 결승전을 위한 체력을 비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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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축구 준결승 한국-베트남 2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이승우 세번째 골.한국-베트남경기. 보고르=김동주기자.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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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손 콤비와 함께 한국 공격을 이끈 선수는 ‘활력소’ 이승우(베로나)였다. 전반 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황의조와 베트남 수비수가 몸싸움을 벌이다가 공이 흘러나오자 빠르게 전진하며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방송 중계카메라에 키스를 하는 골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했던 이승우는 후반 10분에는 베트남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볼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민첩한 움직임과 탁월한 슈팅 기술 등 이승우의 장점이 빛난 골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박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탄탄한 조직력을 갖춰온 베트남은 한국의 벽에 막혀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베트남은 후반 25분 쩐민브엉의 강력한 프리킥으로 1골을 따라붙었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 막판 베트남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지만 한국은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여러 차례 선방을 보여주며 위기를 벗어났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부터 5경기 무실점 행진을 벌였던 베트남은 한국의 빠른 돌파와 압박으로 대량실점하며 무너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아래 사상 최초로 이 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며 자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는 쾌거를 이뤘다. 박항서 감독은 이 대회 준결승 진출로 1월 23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준우승이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했고 다시 한번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거듭났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하며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이어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강호들과 잇달아 마주치며 가시밭길을 걸어왔으나 마침내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다음 달 1일 대회 2연속 우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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