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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50일 만에 '완전 삭제'된 신태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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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신태용 전 감독(오른쪽)과 손흥민이 6월28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한국의 2-0 승리 확정 뒤 서로 끌어안고 있다. 카잔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여곡절 끝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아 23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는 “오늘날 축구는 결과만을 따진다”고 했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만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곳도 없다. 특히 그는 육성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성적을 내기 위해 온 성인 대표팀 감독이다. 보란듯 실력을 발휘하면 부임 초기부터 그의 뒤를 엄습하고 있는 불신의 그림자도 조금씩 사라질 것으로 본다.

벤투 감독이 오면서 한국 축구는 새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움도 있다. 불과 2~3달 전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고 러시아 월드컵에 뛰어든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이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팀에 남긴 마지막 흔적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지난 17일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이 벤투 감독 선임 발표에 앞서 10분간 진행했던 여러 지적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간단하게 압축하면 “높은 평가, 좋은 경기, 많은 공감, 그러나…”였다.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신 감독을 평가한 뒤 만장일치로 그를 차기 대표팀 감독직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선임위의 역할이 바로 그 것이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임위를 포함해 협회가 신 감독을 매끄럽게 떠나보냈는지는 모르겠다. ‘지도자 신태용’은 단순히 러시아 월드컵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 아니다. 결과를 떠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신창이가 된 한국 축구의 각급 대표팀을 맡아 지난 4년간 이렇게 저렇게 일했던 인물이다. 브라질 월드컵 직후엔 A매치 감독대행을 맡아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기반을 마련했고 이광종, 안익수 두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올림픽대표팀과 U-20 대표팀 소방수로 나섰다. 100점은 아니어도 80점 정도는 받을 만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아쉽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2연패의 수렁에 빠진 대표팀을 다독여 독일전 승리를 지휘한 공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지휘 아래 손흥민이 살아났고 그가 발굴하고 중용한 황희찬, 김민재(이상 올림픽대표팀), 이진현(U-20 대표팀), 조현우, 문선민(국가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에너지로 거듭났다. 한국형 4-4-2 전술의 발견도 소득이다.

그렇다면 신 감독의 진퇴가 확정됐을 어느 시점에 협회가 그와 깔끔한 작별을 선택하고 기자회견도 열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메시지를 들어보는 것은 어땠을까. 백서야 펴내겠지만 신 감독의 지난 4년 결산 소회를 가감 없이 듣는 것은 한국 축구에 의미 있는 자산이 됐을 것이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부터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자주 듣는다. 그게 일본 축구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신태용의 시간’이 완전 삭제되어야 할 적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 감독과 의미 있는 마무리도 없이 대표팀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러시아 월드컵 직후 신 감독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던 협회 수뇌부 의 발언에 진정성이 담겨 있었는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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