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일자리 예산 역대 최대 규모"…고용대란 극복 의지
체육·복지시설 등 생활 SOC 7조원 이상 투입
고용 유발 효과 높은 건설업 부흥 위해 전통 SOC 예산도 증액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2019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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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최악의 고용 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연다. 내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하고, 혁신 성장의 마중물이 될 연구개발(R&D) 예산을 처음으로 20조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당정협의'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 지출을 늘려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고 공공ㆍ민간 분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세수 호조에 힘입어 올해(428조8000억원)보다 몸집을 키운 '슈퍼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 대란과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시기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잘 걷히면서 나라 곳간이 풍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의 방점은 일자리에 찍혀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일자리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히며 고용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이 19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5000명 늘어난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체면을 구겼다. 내년에는 일자리 창출에 재정을 집중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확대 운영하는 동시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도 나설 전망이다. 당정은 어린이집 보조교사 1만5000명 확대 등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최대한 확충해 복지와 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내년에도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신규 댐 건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생활안전에 필요한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마을도서관, 체육ㆍ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올해 6조원가량이었던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7조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2019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 5번째부터)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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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자리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건설업 부흥을 위해 SOC 예산을 지난해 국회 제출안(17조7000억원)보다는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통 SOC는 국회 제출안 기준으로 하면 훨씬 늘어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각 지역구에서 요구하는 SOC 예산이 추가되면 내년 건설 경기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시ㆍ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건설업 일자리가 늘어나면 고용 사정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소득ㆍ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실업급여, 기초연금 인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내년에는 정부의 혁신 성장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에 부딪혀 혁신 성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혁신 성장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올해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중심으로 R&D에 14조6000억원을 투자했지만, 내년에는 20조원 이상으로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R&D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혁신 성장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분야다. 고용 위기를 극복하려면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내고 경기를 일으키는 산업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침체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장기적,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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