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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많아진 역전승` 오승환 이적 후 콜로라도가 보여준 승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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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14]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던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오승환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유망주 3명과 베테랑 투수 간의 트레이드는 현지 언론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미국 주요 스포츠미디어들은 토론토의 손을 들어주었다. 콜로라도가 내준 유망주들은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가능성 높은 선수들이고, 적어도 3명 중 한 명은 퍼텐셜이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토론토는 올 시즌 초에 어부지리로 리그 정상급 릴리프 투수인 오승환을 낮은 연봉에 영입해서, 시즌 절반 가까이 '아주 잘' 써먹었다. 미디어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는 오승환, 콜로라도 두 당사자 모두에게 낯선 일인 동시에 상당한 모험이었다.

이전까지 오승환은 시즌 중에 팀을 옮긴 경험이 없었다. 한 팀에 최소 2년 이상 있었고, 팀의 주축으로 늘 활약해 왔다. 이적 후 반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팀으로 간다는 것은 본인이 원하냐, 아니냐를 떠나 유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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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오승환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2018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4-1로 앞선 7회말 등판,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1볼넷으로 막아 시즌 14번째 홀드를 올렸다. /사진=덴버(미 콜로라도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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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콜로라도에도 연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전급 릴리프 투수를 시즌 중 영입한다는 것 또한 하나의 모험이다. 콜로라도는 스토브리그에서 마무리 투수 웨이드 데이비스를 포함해 정상급 불펜 투수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오승환의 영입은 자신들의 투자가 실패했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콜로라도에도 이번 트레이드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트레이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오승환을 축으로 한 콜로라도와 토론토 양 팀 간의 트레이드 손익계산서를 정리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특히 토론토는 즉시 전력감이 아닌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선택했기에 앞으로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콜로라도로서는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점이다.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120% 이상 성공한 트레이드였다. 오승환 영입 전 콜로라도는 54승47패(승률 0.535)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권이었다.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큰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지구 1위는 언감생심이었고, 와일드카드 또한 5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8월 22일 현재, 콜로라도의 팀성적은 68승57패(승률 0.544)로 지구 1위 애리조나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3위 다저스와는 2게임으로 승차를 벌려놨다.

오승환 영입 후, 콜로라도는 14승10패로 승률 0.583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중 오승환은 11경기에 등판해 10.2이닝에서 단 2실점만 기록하고 있다. 실점한 경기는 단 1경기이며, 나머지 9경기에서는 모두 실점 없이 만점 활약을 했다(물론 실점한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팀이 패한 것은 옥에 티였지만, 기간 중에 마무리 윌슨과 오터비노는 2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과 콜로라도의 케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승환 영입 이후, 콜로라도는 새로운 팀 컬러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 막판 리드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력의 폭발로 인한 역전승'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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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덴버(미 콜로라도주)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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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다저스전에서는 0대2 리드 상황에서 9회 말 3점을 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1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도 2대3으로 지고 있을 때, 9회 초 3점을 얻으며 승리를 따냈다. 두 경기 모두 오승환은 8회에 등판해 실점은커녕 안타조차 내주지 않으며 팀 승리의 초석을 다졌다.

이런 승리 패턴은 8월 이전에는 콜로라도가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콜로라도 타선이 오승환 영입 이후 불펜이 안정됨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승환 또한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눈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22일 경기 후 오승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트레이드 후, 한 달을 총평하자면.

▷처음에는 낯설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정신이 없었다'. 가뜩이나 이동거리가 긴 메이저리그에서 다른 팀, 그것도 다른 리그(아메리칸리그에서 내셔널리그)로,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이렇게 정신없는 일인지 몰랐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나라까지 옮긴 거 아닌가(웃음). 하지만 비교적 빨리 적응이 된 거 같다. 몸 컨디션이 7월부터 올라온 상황이었고, 무엇보다도 내 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팀에 보탬이 된 거 같아 일단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토론토와 콜로라도가 다른 점은.

▷아무래도 토론토는 올 시즌 성적보다는 내년 이후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 선두권 팀들과의 격차도 있고, 지구 내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공격력이 매우 강한 팀들이 즐비하다.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분위기가 처져 있었다. 반면에 콜로라도는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승리에 대한 갈망도 크고, 긴장감이 있다. 선수에게 개인 성적보다 중요한 건 팀의 승리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좋다.

-최근 콜로라도가 경기 막판 역전승이 많은데.

▷우리 팀 타자들이 무척 잘 친다. 한 방도 있고 클러치 능력이 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도 내가 잘 막으면 타자들이 무언가를 해줄 거 같은 기대감이 든다. 실제로 최근 9회에 타자들이 점수를 내 기분 좋은 역전승을 한 경우가 있었다. 이러면 팀 전체의 사기가 확실히 올라가고 분위기가 좋아진다. 투수들로서는 책임감과 함께 더 잘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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