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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野 "전속고발권 폐지, 中企·자영업자 경영위축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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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섣부른 전속고발권 폐지가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펴며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 제도는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가 있을 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여당은 이같은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소비자·중소기업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추후 해당 사안과 관련한 위법 행위에 대해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야당은 "자세한 내용은 정부의 최종안이 나와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신중론으로 맞서고 있다. 중소·영세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중소·영세기업의 경영 위축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고, 공정위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검찰이 경제 문제에 개입해 형사 처벌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는 형사법 체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무턱대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전체 법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무위의 한 야당 관계자는 "최근 전속고발제가 적용된 공정거래 사건 중 중소·영세기업 간 분쟁이 80%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전속고발권 폐지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음해성 투서나 금전적 이해관계에 의한 중소기업 간 분쟁이 대다수라, 전속고발제가 폐지될 경우 법적 분쟁이 늘어날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 부담만 가중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무위 관계자도 "정교한 경제적 분석을 기초로 하는 공정위와 달리 검찰은 엄격한 법리 판단을 우선하기 때문에 과도한 형사 처벌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개입하는 빈도가 늘면 아무래도 민사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네 PC방이나 미용실 등 생활 상권에도 담합 의혹이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검찰이 모두 나서 수사·처벌한다면 자영업자의 숨통만 더욱 옥죌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가 존속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김상조 위원장의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야당이 이처럼 반대할 경우 전속고발권 폐지도 국회 문턱을 넘기가 불가능하다. 김상조 위원장도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의 전속고발권 폐지 합의문 서명식에서 "이번 합의사항은 대부분 입법화가 돼야 실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합의사항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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